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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껏 하라"는 정성호에, 추미애 편지 "친애하는 동지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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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1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정성호 위원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1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정성호 위원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자신의 답변 태도 등을 다그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페이스북 글을 남겼다.

추 장관은 14일 ‘친애하는 정성호 동지에게’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글에서 “한마디 말씀으로 온종일 피곤하셨다니 민망하고 송구하다”며 “예산감시 활동을 조명받지 못하고 잡음만 조명이 돼 유감이라는 데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추 장관은 “국회 활동을 경험하고 국무위원으로서 자리가 바뀐 입장에서 볼 때 우리 국회가 시정해야 할 문제도 부정할 수 없다”며 “장관에게 고성으로 반복된 질문을 퍼부으며 답변 기회를 주지 않고 윽박지르고 모욕을 주는 것을 바꾸지 않으면 심한 자괴감도 들고 국민 입장에서도 불편함과 정치혐오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아무리 검찰총장과 대검을 감싸주고 싶은 야당이라 한들 지나치다”면서 “모욕적이고 도발적인 질문인지 아닌지는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를 수는 있으나 근거 없이 그저 ‘썼어요? 안 썼어요?’ 하면서 범죄인 다루듯 추궁하는 반복질의가 바람직한 예산심사였는지 아니면 그저 장관에 대한 공격이고 정쟁이었는지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글 말미에서는 정 의원에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노라’고 도종환 시인께서 말씀하셨듯 흔들리지 않고 이루어지는 개혁이 어디 있겠나. 그 길에 우리는 함께 하기로 한 민주당 동지”라며 “서로 오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모두가 개혁을 염원하는 간절함으로 인한 것이라 여기시고 너그러이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정 의원은 지난 12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특활비 문제 등을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공방을 벌인 추 장관의 태도를 지적하며 “정도껏 하십시오”, “협조 좀 해주세요”라고 말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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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예결위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원활한 의사진행을 위해 딱 한 마디 했더니 종일 피곤하다”며 “역대 가장 차분하고 내실 있는 예산 질의였는데 대다수 언론에서 정책 관련 보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추미애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글 전문.

친애하는 정성호 동지에게
한마디 말씀으로 온종일 피곤하셨다니 민망하고 송구합니다. 예산감시활동을 조명받지 못하고 잡음만 조명이 되어 유감이라는데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회활동을 경험하고 국무위원으로서 자리가 바뀐 입장에서 볼때 우리 국회가 시정해야할 문제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인사청문회가 국무위원으로서의 자질과 정책역량을 검증하기보다 인신공격과 망신주기 때문에 자질을 갖춘 분 마저도 쉽사리 국무위원 후보 되는 것부터 망설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공개된 회의에서의 질의나 토론도 상당한 문제가 있습니다.  장관에게 고성으로 반복된 질문을 퍼부으며 답변기회를 주지 않고 윽박지르고 모욕을 주는 것을 바꾸지 않으면 심한 자괴감도 들고,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도 불편함과 정치혐오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특활비 몇십억을 감독기관에 사후  보고조차 없이 쌈짓돈으로 쓸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이미 국민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법사위원들이 대검에 가서 문서검증을 했지만 자료를 제대로 확인조차 못한 채 돌아섰습니다.

아무리 검찰총장과 대검을 감싸주고 싶은 야당이라한들 지나칩니다.  대검 눈에 박힌 대들보는 놔두고 법무부 눈의 가시를 찾겠다고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물론 법무부도 잘못이 있으면 지적을 받아야하고 시정해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뭉칫돈을 가져다 쓰는 대검에 가서 제대로 된 확인과 점검에 대한 질의대신

아무런 근거도 없이 법무부 국장이  오십만원씩 나눠가졌다는데 밝히라고 담당국장을 세워놓고 11번이나  추궁하고 아니라고 하는데도 언론에 의혹제보라며 알리고 언론은 받아쓰기를 하고 다시 이를  국회예결위 회의장에 가지고 와 장관을 상대로  반복질의를 하면서 국장은 시인했는데 장관은 부인하니 장관이 위증한다고 단정짓고 거듭 다그칩니다.

추가질의 시에는 법사위 속기록을 적당히 발췌하여 시인했다고 우기기까지 합니다. 속기록에 분명 '그런 사실이 없으며 특활비의 목적대로 집행하고 있다'는 부분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우선 모욕적이고 도발적인 질문인지 아닌지는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를 수는 있으나 근거없이 그저 " 썼어요? 안썼어요?" 하면서  범죄인 다루듯 추궁하는  반복질의가  바람직한  예산심사였는지 아니면 그저 장관에대한 공격이고  정쟁이었는지는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때문에 정작 짚어야할  대검 특활비문제는 물타기가 되어 덮어져 버렸습니다.  그런 식으로 소중한 질의 시간을 허비하고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은 당하는 국무위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쏟아지는 자료요구와 서면질의로 인해  국감시작 전부터  밤새기를 밥먹듯해야 하는 공무원들에게도 매우 미안한 일입니다.
세금도 아닌 직원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설날 소년원생들에게 준  햄버거를 예산심사질의 주제로 삼은 것에 대해서는  웃어넘기겠습니다.

그럼에도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1:1 전자감독을 보강하는 등 태부족한 보호관찰관의 증원에 늦은 밤까지 관심을 주신 예결위 의원님들과 위원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점이 부각되지 못한 것 또한 아쉽게 생각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노라'고 도종환시인께서 말씀하셨듯 흔들리지 않고 이루어지는 개혁이 어디있겠습니까?
그 길에 우리는 함께 하기로 한 민주당 동지입니다. 이 길의 끝에 이르기 까지 서로 의심하지말고 손놓지 말자고 제가 당대표로서 동지들께 정권 출범초에 드렸던 말씀입니다.

서로 오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모두가 개혁을 염원하는 간절함으로 인한 것이라 여기시고  너그러이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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