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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에 버럭했던 정성호 "딱 한마디 했더니 하루종일 피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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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성호 예결위원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성호 예결위원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다. 딱 한 마디 했더니 하루종일 피곤하다.”

정성호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정 위원장은 “6일간의 예산질의를 어제 모두 마쳤다. 역대 가장 차분하고 내실 있는 예산질의였다고 한다”면서도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정책제안도 다수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에서 정책 관련 보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내년도 예산의 0.1%도 안 되고 예결위 전체 질의의 1%도 안 되는 특활비(특수활동비) 논쟁만이 부각됐다.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원활한 의사 진행을 위해 딱 한 마디 했더니 하루종일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정 위원장이 거론한 ‘딱 한 마디’는 전날(12일) 열린 국회 비경제부분 대상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예결위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출석했으며 야당 의원들은 추 장관을 향해 특활비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과 추 장관 사이에는 고성이 오가며 격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의원=“법무부의 특활비 중 직원 격려금으로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있다 들었다.”

▶추 장관=(질문이 채 끝나기 전) “한 푼도 없다. 질문이 도발적이고 모욕적이다.”

▶정 위원장=“장관께서는 질문에 답변해주세요. 다른 말씀 하지 마시고 질문을 다 들으신 다음에…. 정도껏 하십시오!”

▶추 장관=“그렇게 하겠습니다만 질문이 모욕적이거나 도발적이면 위원장님께서 제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 위원장=“그런 질문 없었습니다. 장관님 협조 좀 해주세요.”

밤늦게까지 이어진 회의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추가질의 시간에 “특활비 문제가 있으면 내부에서 조용히 살펴보고 필요할 경우 시정 조치를 하는 것이 조직을 총괄하는 기관장 아닌가. 국민 세금을 집행하는 기관들이 아직 수준이 이렇게밖에 안 되는가”라고 말했다. 이후 추 장관은 답변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 위원장이 발언권을 따로 주지 않았다.

▶추 장관=“저도 의견을...”

▶정 위원장=“답변 안 하셔도 됩니다.”

▶추 장관=“아니 아니 해야 합니다.”

▶정 위원장=“이것은 의견이기 때문에...”

▶추 장관=“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정 위원장=“기회 못 드리겠습니다.”

예결위는 지난 9일부터 6일 간 총 555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심사했다. 예결위는 부별 심사와 상임위 예산안 의결이 마무리되는 오는 16일부터 27일까지 예산안 조정소위원회를 열고 증·감액 심사를 시작한다. 이어 30일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심사한 예산안을 의결하고 본회의로 넘길 계획이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은 내달 2일이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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