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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으로 끝내 사망 '이주일 쇼크'… 아직도 담배 피우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폐암으로 숨진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폐암은 지난해부터 위암을 제치고 한국인의 사망률 1위 암으로 떠올랐다.

해마다 1만여명이 폐암으로 숨지며 이는 전체 암 사망자 5명 중 1명 꼴이다.

폐암은 가장 고통스러운 질환이기도 하다.

가톨릭의대 종양내과 홍영선 교수는 "폐암 특유의 호흡곤란은 통증을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마약주사나 신경파괴술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주일씨의 사례를 통해 날로 늘고 있는 폐암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이씨의 주치의였던 국립암센터 이진수 병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금연이 최선의 대책

다른 암은 예방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위암과 대장암의 경우 내시경, 자궁경부암은 질(膣)세포진 검사, 유방암은 맘모그램과 초음파검사, 간암은 초음파와 혈액검사란 유력한 수단이 있기 때문.

그러나 폐암은 일찍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없는 반면 금연이란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 있다. 폐암 환자 10명 중 9명은 흡연이 원인이다. 담배가 대량 생산되기 전인 1920년 만 해도 미국의 폐암환자는 9백56명에 불과했다.


이주일씨는 30년 이상 하루 두갑씩 담배를 피웠다. 금연은 아무리 늦어도 효과가 있다.

60대 초반에 금연해도 75세까지 폐암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암에 걸린 사람이라도 금연하면 치료 성적이 좋아진다.

◇흡연자는 검사받아야

비록 내시경처럼 확실하게 위암을 찾아내진 못하지만 흡연자는 가슴 X선 촬영을 받는 것이 좋다. 이주일씨의 경우 지난해 초 H병원에서 받은 신체검사에서 말기 폐암을 놓쳤다며 검사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H병원은 양쪽 폐에 암을 의심케 하는 작은 결절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관찰하고 조직검사 등 정밀검사를 권유했으나 이씨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생긴 오해였다는 것.

폐암 조기발견을 위해선 최근 도입된 저선량(低線量) 나선형 CT가 도움이 된다. 가슴 X선 촬영만으론 작은 암덩어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 등에 도입된 저선량 나선형 CT는 10여분 정도 걸리며 아프지 않다는 것이 장점. 검사비로 15만원 정도 든다. 60세 이상 고령자로 하루 한갑 이상 흡연자는 받아봄 직하다.

미국의 연구결과 이 그룹 1천명 중 2백33명의 폐에서 혹이 발견됐고 이중 27명(2.7%)이 폐암으로 밝혀졌다.

◇섣부른 포기는 금물

폐암도 일찍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다.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심영목 교수팀의 조사결과 혹의 크기가 3㎝며 림프절을 침범하지 않은 조기 암의 경우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78%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일부에서 수술 후 5년이 지나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완치라고 볼 수 있다는 것. 이미 암이 진행되어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포기해선 곤란하다.

최근 새로운 효능을 지닌 항암제들이 개발돼 폐암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일씨처럼 말기 폐암의 경우 과거는 길어야 6개월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년 가까이 생존할 수 있다. 민간요법은 곤란하다. 이주일씨도 지난해 말 치료 도중 계룡산에서 기(氣)치료를 받다 탈진해 병원에 실려와야 했다.

◇술이 문제다

흡연의 폐암 발생에 도화선 역할을 하는 것이 음주다. 알콜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염증을 악화시켜 담배연기가 폐 점막에 미치는 피해를 배가시키기 때문이다.

지인들은 이주일씨가 생전 소주 두 세병을 거뜬히 비울 정도로 술을 즐겼으며 그의 폐암엔 담배보다 술이 문제였다고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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