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만, 이례적으로 미군 특수부대와 연합훈련 시인

중앙일보

입력

대만군 당국이 미군과 연합훈련을 한 사실을 공식 시인했다. 1979년 미국ㆍ대만이 단교한 뒤 물밑에서 진행하던 양국 간 군사교류를 정부 차원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해병대 특수전학교 훈련병들이 틸트로터 수송기 MV-22 오스프리에서 내려 적진에 침투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병대 제공]

미 해병대 특수전학교 훈련병들이 틸트로터 수송기 MV-22 오스프리에서 내려 적진에 침투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병대 제공]

타이완뉴스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일 대만 해군사령부는 미 해병 특수부대가 대만군 당국의 초청으로 대만에 도착, 이날부터 4주간 대만 남부의 가오슝(高雄)에서 대만 해군과 해병대와 훈련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대만의 신문인 연합보(聯合報)의 단독 보도에 대해 대만 해군이 맞는다고 인정하는 형식이었다. 연합보는 이번 훈련은 대만 해군이 해병대의 특수작전과 대테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서 8억 2000여만 대만달러(약 321억원)에 달하는 특수작전용 장비 구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대만 해군은 이번 훈련이 “대만-미국간 일상적인 군사 교류와 협력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에 온 미 해병 특수부대는 해병 레이더스(Raiders)다. 미 해병 레이더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태평양 전선에서 활약했던 부대다. 전쟁이 끝난 뒤 해체됐지만, 2015년 미 해병대가 부활시켰다. 미 해병 레이더스는 대만 해병 특수부대에게 고속단정 침투 전술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한다고 한다. 유사시 대만이 중국 본토를 타격할 때 유용한 전술이다.

대만 해병대는 양서정수 대대(兩棲偵搜大隊ㆍ상륙정찰대)라는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대만이 중국 본토로 쳐들어간다면 선봉을 서는 부대다.

대만 해병대의 특수부대인 양서정수 대대원들이 대만 국경일 때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대만 해병대의 특수부대인 양서정수 대대원들이 대만 국경일 때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이번 훈련은 최근 강화하고 있는 양국간 군사 협력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최근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각종 첨단무기를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또 지난 6월 미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산하 제1특전단이 홍보 동영상에 대만군의 연합 훈련 장면을 일부러 노출하기도 했다.

사실 미국-대만 군사 관계는 단교 이후에도 이어졌다. 미국의 주대만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는 지난해 미 해병대가 2005년부터 AIT 경비와 요인 경호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만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한광(漢光) 훈련엔 미군 예비역 장성들이 ‘참관단’ 형식으로 관여한다.

김태호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군은 정보ㆍ통신ㆍ전자전ㆍ사이버 분야에서 비공식적으로 대만군과 연합훈련을 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면서 이런 활동을 일부러 공개하는 것”이라며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대만 군사 교류는 계속하겠지만, 트럼프 행정부 때처럼 외부로 드러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