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 (임대차 3법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근 전세난이 임대차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한 답변이다. 그는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전세) 공급도 줄지만, 기존 집에 사시는 분들은 계속 거주하기 때문에 수요도 동시에 줄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임대차법이 전·월세 거래에 도움이 안 된다’고 봤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1154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국민 10명 중 8명, 월세보다 전세가 좋다
정부와 여당은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며 나쁜 현상이 아니다”(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고 말했지만, 국민은 월세보다 전세를 더 선호했다. 응답자의 78.7%가 전세 거래를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전세 임차인의 경우 기존대로 전세거래를 선호하는 비율이 98.2%에 달했다. 임차인들이 전세를 더 선호하는 이유 중 1위는 “매달 부담하는 고정 지출이 없다”(48.3%)는 것이었다.
월세 부담과 매매할 집 못 찾아 이사한다
이사 계획 여부를 묻는 말에는 전체 응답자 중 83.7%가 전ㆍ월세로 이동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사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월세 임차인의 경우 ‘가격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전세 임차인의 경우 ‘매매할 집을 못 찾아서’가 이유였다. 반면 임대인이나 자가 거주자는 ‘학교나 직장 근처로 이동하기 위해 이사해야 한다’고 가장 많이 답했다.
전·월세 전환율 낮춰 주거비 부담 덜었다
전세에서 월세 전환 시에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번에 낮춰 조정된 전·월세 전환율(4→2.5%)이 월세 전환에 따른 주거비 부담 완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42.7%가 ‘영향 있다’고 응답했다.
임대차법 전ㆍ월세 거래에 도움 안 돼
7월 말부터 시행 중인 임대차 2법(전·월세 상한제, 갱신청구권)이 전ㆍ월세 거래에 도움이 안 된다는 비율도 64.3%에 달했다. 도움된다는 응답은 14.9%에 불과했다. 윤희숙 국민의 힘 의원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와 월세 급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고통은 고스란히 서민의 몫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고, 그래도 잘했다고 우기는 이들은 누구를 위한 공무원인가”라고 비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