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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도 전세난민 만들었다…경제학으로 본 임대차법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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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관련 정보란.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관련 정보란. 연합뉴스.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시행한 지난 7월 말 이후 수도권 전세가격이 크게 올랐다. 정부는 "임대차법 도입 영향만으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금리와 가구 분화, 상위 입지 이동 수요 등이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임대차법을 빼놓고는 짧은 기간에 가파르게 오른 전세가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근거는 경제원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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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22일 복수의 경제학자 자문을 받아 임대차법 시행 후 시장 변화를 '수요·공급' 모형으로 분석했다. 이는 가격과 가격 통제 정책에 따른 상품 수급, 사회가 얻을 후생 변화 등을 설명하는 경제학의 기본 틀이다.

①전세 난민, 왜 생겼나 

[그래픽텔링]홍남기도 겪었다...경제학이 본 '전세난' 진짜 이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텔링]홍남기도 겪었다...경제학이 본 '전세난' 진짜 이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요자인 임차인이 갖게 된 계약갱신청구권(2+2년)은 가격을 특정 수준(기존 임대료의 5%)으로 억제하는 '가격상한제' 구실을 한다. 가격상한제를 시행하면 공급자(임대인)가 시장 가격보다 헐값에 물건을 내놔야 하므로 공급량이 준다. 임대주택 수익성 하락, 거주 요건 강화 규제 등이 결합하면서 공급 자체도 준다. 값이 싸진 만큼 수요량이 공급량을 넘어서는 '초과수요'가 생긴다. 최근 '전세난'이 발생한 이유다.

②전세가격은 왜 폭등하나

[그래픽텔링]홍남기도 겪었다...경제학이 본 '전세난' 진짜 이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텔링]홍남기도 겪었다...경제학이 본 '전세난' 진짜 이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계약 갱신을 못 했거나, 이사를 해야 할 사람은 새집을 구해야 한다. 신규 계약 시장에선 가격 상한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예비 수요자 입장에선 한번 계약하면 최소 4년은 살 수 있어 임대 수요는 는다. 여기에 정부 설명처럼 저금리와 가구 분화 등이 결합해 사회 전반의 임대 수요가 증가한다.

상대적으로 살기 좋은 입지에선 기존 임차인이 계약을 갱신하고, 임대인은 실거주를 선택한다. 이 때문에 공급도 준다. 매물은 귀한데, 수요는 몰리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다. 공급자가 갑인 시장에선 임대인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수요자에 전가하기도 쉽다. 조세 부담 귀착 효과까지 결합하면서 신규 계약 시 임대료가 폭등한다.

그럼 임대차법의 혜택은 누가 볼까. 수요·공급 모형에서 사회적 후생 변화를 관찰하면 이를 알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본인 주택(경기도 의왕 소재)에 살던 임차인에 위로금을 줘 내보내고, 실거주를 선택한 행동도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③홍 부총리 실거주, 합리적인 이유

[그래픽텔링]홍남기도 겪었다...경제학이 본 '전세난' 진짜 이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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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이 계약 갱신에 성공하면 소비자 후생이 증가한다. 시장 가격보다 싼값에 계약한 이점을 누리기 때문이다. 반면 임대인은 헐값에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므로 공급자 후생은 감소한다. 이럴 땐 임대주택 공급자가 실수요자로 돌아서는 게 경제적이다. 홍 부총리의 실거주는 후생 측면에서 '합리적' 선택이 된다.

정부는 계약 갱신에 성공한 일부 임차인의 후생이 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아파트 100곳의 계약 갱신율이 임대차법 시행 전 57% 수준이었다가 지난달 66.1%로 올라섰다며 "긍정적 효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급 감소로 집을 못 구한 임차인이나, 헐값에 계약을 갱신한 임대인 후생은 줄면서 사회 전체 후생은 감소한다.

④홍 부총리가 준 위로금도 합리적? 

[그래픽텔링]홍남기도 겪었다...경제학이 본 '전세난' 진짜 이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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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계약일 때는 집주인인 임대인 후생이 증가한다. 폭등한 시장가격을 새 임대료에 반영할 수 있어서다. 이때 임차인 후생은 임대차법 이전과 비슷하거나 다소 감소할 수 있다. 다만 이런 후생을 누리는 사람은 폭등한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부자 임차인'으로 교체된다.

홍 부총리가 지불한 '임차인 위로금'의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임차인은 계약 갱신 거절로 한번, 신규 주택 가격 폭등에 또 한 번 소비자 후생이 줄기 때문에 '위로할 일'이 생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학 기초를 무시한 급격한 제도 변경이 전세난에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제로 임차인 거주를 (최소) 4년간 보장하면서 임대시장 순환이 제약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임대 물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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