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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온라인과 제3의 공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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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요즘 온라인 게이머들 사이에 소통 도구로 디스코드(Discord)라는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친구들끼리, 혹은 낯선 사람들과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음성통신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다른 서비스와 달리 통화에 지체가 없고 인터페이스가 자연스러워서 사람들이 게임을 하지 않을 때도 그냥 켜놓고 시간이 되는 친구들이 들러서 이야기하다가 떠나는 ‘온라인 거실’의 역할을 하고 있다.

몇 년 전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현대인들에게 제1의 공간은 가정·집이고, 제2의 공간은 일터다. 집이 우리가 잠 자고 가족과 머무는 둥지의 역할을 한다면, 일터는 우리가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가서 노동을 해야 하는 곳이다. 그 두 장소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장소가 제3의 공간이다. (영국의) 펍이나, 미국 코미디 드라마 ‘프렌즈’에서 여섯 명의 친구들이 항상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커피숍이 그런 장소이고, 사람들에 따라서는 미장원도, 동네 독서인들이 모이는 독립서점의 모임방도 그런 공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많은 나라에서 이런 공간개념을 헝클어 놓았다. 락다운으로 직장에 가지 못하는 바람에 모두들 제1의 공간(집)에 머물면서, 줌 같은 화상회의를 통해 온라인에서 제2의 공간을 꾸렸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실시간 대화가 아니고 불특정 다수를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제3의 장소 역할을 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디스코드에 환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도, 회사도 아니지만 편하게 들러서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온라인에 생겼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가 팬데믹 기간에 큰 주목을 받게 된 건 우연이 아닐 거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