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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와 80년대 포크록 부흥 이끈 따로 또 같이 나동민 별세

중앙일보

입력

포크 그룹 따로 또 같이의 나동민. [연합뉴스]

포크 그룹 따로 또 같이의 나동민. [연합뉴스]

1980년대 포크 그룹 ‘따로 또 같이’의 나동민이 지난 5일 미국 뉴저지에서 지병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64세. 9일 홍보사 에이엠지글로벌은 “미국에 이민 간 나동민이 현지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고인의 부고를 전했다.

미국서 지병으로 사망 뒤늦게 알려져 #전인권·강인원·이주원과 4인조로 활동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청년 시절 라이브 카페 무대에서 공연하다 76년 강인원을 만나며 함께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79년 이주원·전인권과 함께 결성한 4인조 포크 그룹 따로 또 같이로 1집 ‘노래모음 하나’를 발표하면서 한국 포크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따로 또 같이 1집 앨범 재킷. [사진 에이엠지글로벌]

따로 또 같이 1집 앨범 재킷. [사진 에이엠지글로벌]

전인권은 솔로 활동을 위해 그해 팀을 탈퇴했지만, 84년 발매한 2집으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43위에 오르는 등 음악적 성취를 거뒀다. 70년대 유행하던 포크 음악에서 80년대 록 음악으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했다. 이후 강인원도 솔로로 전향했으나 나동민은 이주원과 함께 4집(1988)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나동민은 뛰어난 작사·작곡 실력으로 ‘맴도는 얼굴’ ‘언젠가 그날’ ‘잠 못 이루는 이 밤을’ 등 인기곡을 탄생시켰다.

특히 듀오 체제로 활동을 시작한 3집(1985)은 따로 또 같이의 청사진을 실현한 음반으로 꼽힌다. 같은 해 전인권을 주축으로 허성욱·최성원·조덕환이 모여 발표한 들국화 1집과 함께 80년대 중후반 국내 대중음악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이다. 들국화 1집은 88년과 2007년 발표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따로 또 같이가 들국화 음악의 모체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고인은 팀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93년 ‘하늘과 땅’ ‘나는 떠나가야 하리’ 등이 실린 솔로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에 이민 간 이후에는 현지에서 음향 관련 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을 이끈 이주원이 2009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 사실상 팀이 와해됐으나 원년 멤버인 강인원이 2015년 김동환ㆍ안정현ㆍ안영훈 등과 함께 팀을 재결성하면서 따로 또 같이의 음악을 이어나갔다.

뒤늦게 부고를 접한 강인원은 홍보사를 통해 “저와 동갑내기 친구이며 남다른 음악적 향기가 느껴지는 뮤지션이었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어 “수줍은 나동민, 너그러운 이주원, 덤덤한 전인권, 고운 강인원이 각각 따로 모여 합집합을 이뤄 당시 가요사적 변천에 가교 역할이 된 그룹이었음을 자부한다”고 추억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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