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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경복궁, 씨엘 종친부…조선의 ‘힙’으로 거듭난 전통 명소들

중앙일보

입력

28일(현지시간) 미국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을 통해 서울 소격동 종친부를 배경으로 한 신곡 ‘화’ 무대를 선보인 씨엘. [유튜브 캡처]

28일(현지시간) 미국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을 통해 서울 소격동 종친부를 배경으로 한 신곡 ‘화’ 무대를 선보인 씨엘. [유튜브 캡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양혜규 작가 작품 앞에서 ‘화’ 무대를 이어가는 씨엘. [유튜브 캡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양혜규 작가 작품 앞에서 ‘화’ 무대를 이어가는 씨엘. [유튜브 캡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넌 꼭꼭 숨어 머리카락 보일라”

코로나 장기화로 해외 일정 어려워지자 #프로그램 맞춤형 무대 영상 제작해 화제 #문화재청·관광공사 등 러브콜도 이어져

28일(현지시간) 미국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을 통해 씨엘(CL)의 신곡 ‘화(HWA)’ 무대가 첫 공개됐다. 4년 만에 제임스 코든 쇼를 다시 찾은 씨엘의 무대는 2016년 발표한 영어 싱글 ‘리프티드(Lifted)’와는 확연히 달랐다. 당시 한국 여성 솔로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94위에 진입한 그는 현지의 관중 속으로 뛰어들어가 제임스 코든과 어깨동무를 하고 다 같이 즐기는 무대를 연출한 바 있다. 이번엔 서울 소격동에 위치한 종친부 경근당 및 옥첩당, 국립현대미술관을 배경으로 한 무대를 선보였다. 해외에선 K팝 가수들을 손짓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이런 식으로 ‘원격 출연’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씨엘이 평소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새로운 전시가 열릴 때면 방문하곤 했다”며 “코로나 때문에 미국 방송에 직접 출연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친구 같은 공간에서 신곡 무대를 꾸며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흔쾌히 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 - O2 & H2O’ 전시 분위기는 물론 조선 시대 역대 왕의 계보와 초상화를 보관하고 왕과 왕비의 의복을 관리하던 종친부의 성격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미술관 역시 코로나 여파로 관람객이 줄어들면서 비대면 온라인 공연 시리즈 ‘MMCA 라이브’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던 터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홍보 전략이 됐다.

“관람객도 없는데…” 새로운 마케팅 봇물

지난달 29일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해 경복궁 근정전을 배경으로 '아이돌' 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난달 29일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해 경복궁 근정전을 배경으로 '아이돌' 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경복궁 경회루에서 선보인 ‘소우주’ 무대.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경복궁 경회루에서 선보인 ‘소우주’ 무대.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난달 28일부터 닷새간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서 진행된 ‘BTS 위크’ 경복궁 무대는 문화재청이 먼저 방탄소년단(BTS) 측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성사됐다. 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상반기 창덕궁 달빛기행이나 경복궁 별빛야행 등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궁궐도 닫혀 있는 상태에서 K팝 아이돌 그룹과 함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몇 차례 회의 끝에 ‘아이돌(IDOL)’은 근정전, ‘소우주’는 경회루에서 선보이게 됐다. 특히 ‘아이돌’ 무대 유튜브 조회 수는 30일 기준 2264만회를 기록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다이너마이트(Dynamite)’ 롤러스케이트장 무대(1476만회)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방탄소년단처럼 해외 방송 출연이 잦은 팀에게는 매번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기존 뮤직비디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줘야 함과 동시에 프로그램 성격에도 부합해야 한다. 지난 8월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다이너마이트’ 첫선을 보인 방탄소년단이 서울을 대표하는 야경으로 여의도 63빌딩을 배경으로 노래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광고 효과를 노린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NBC ‘아메리카 갓 탤런트’ 무대를 촬영한 용인 에버랜드 락스빌, 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등장한 이태원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바이닐 앤 플라스틱, 유튜브 가상 졸업식 연설을 한 ‘디어 클래스 오브 2020’의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 14일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선 남다른 스케일의 인천국제공항 무대를 선보이면서 다음 달 23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 장소는 어디가 될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BTS 다음 무대는 어디 될까…경쟁 치열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서울 편 영상에서 덕수궁 대한문을 배경으로 춤을 추고 있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멤버들. [사진 한국관광공사]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서울 편 영상에서 덕수궁 대한문을 배경으로 춤을 추고 있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멤버들. [사진 한국관광공사]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부산 편 영상에서 감천문화마을 배경으로 춤추는 모습. [사진 한국관광공사]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부산 편 영상에서 감천문화마을 배경으로 춤추는 모습. [사진 한국관광공사]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협업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도 화제다.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제작된 6편의 유튜브 누적 조회 수만 1억1500만회에 달한다. 서울ㆍ부산ㆍ전주ㆍ강릉ㆍ목포ㆍ안동 등 다양한 도시를 배경으로 ‘범 내려 온다’ 등 수궁가를 재해석한 노래에 맞춰 흥겨운 춤사위를 벌이는 모습이 입소문이 나면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공개된 ‘네이버 온스테이지 2.0’ 이날치 영상을 보고 무대를 실내에서 야외로 옮기면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동시에 위트 있는 것을 좋아하는 MZ 세대의 취향과도 맞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올해는 걸그룹 있지(ITZY)를 명예홍보대사로 선정해 ‘리듬 오브 바이브/K뷰티/테이스트’ 등 시리즈 영상을 선보이고 있는 한국관광공사 측은 “아무래도 K팝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과 협업이 많은 편”이라며 “한국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영상 콘텐트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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