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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일주의' 日언론의 돌변 "트럼프, 분단 선동 책임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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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치러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미 언론 등 외신은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규정하는 등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표가 진행되던 지난 4일 새벽(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승리를 확신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표가 진행되던 지난 4일 새벽(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승리를 확신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미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정확한 개표를 주장하기보다 소송전과 선동전으로 개표 자체를 방해하는 행위를 “마치 소방서를 해체하고 집이 불타버리자 화가 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예상해왔지만, 그는 항상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수년간 지지자들에게 분노의 불길을 부채질했고, 미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짚었다. “완전하고 정확한 개표만이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 뜻을 결정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표를 세어야 한다”는 게 NYT의 결론이다.

마찬가지로 바이든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지지자를 선동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추악한 미사여구’로 규정한 뒤 “이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반(反)트럼프 시위의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가디언은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 투표를 사기라고 하고 거짓 승리선언을 한 건 재임 중 저지른 수많은 거짓말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인은 필요하다면 평화로운 시위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널리 퍼뜨려야 한다. 이것이 트럼프의 거짓말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지난 4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럼프타워 앞에서 행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지난 4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럼프타워 앞에서 행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동안 미 대선에 직접적인 논평을 자제하던 일본 유력 매체들도 이번만큼은 트럼프 비판에 가세했다. 마이니치신문은 5일 사설에서 “분단을 선동하고 혼란을 증폭시킨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져야 한다”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트럼프) 대통령이 방해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에서 “대통령이 직접 선거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언동은 미국의 권위를 떨어뜨릴 뿐”이라며 “민주주의 대국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사태”라고 밝혔다. 미국 제일주의와 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일본에서 현직 대통령을 이 정도 수위로 비판한 건 이례적이다.

중국에선 현재 미국 상황을 조롱하는 기류마저 감지된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트위터에 “보통 가난한 나라 선거에서 나타나는 이런 불안한 상황이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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