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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에 기운 판세···'트럼프 패배 분노' 맞을라 몸 사리는 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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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 대선과 관련해 미 여론조사기관의 예상과 비슷하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낙승을 전망했던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전에 다소 놀란 모습이다. 아울러 판세가 기운 트럼프의 분노가 자칫 중국으로 향할까 내심 우려하는 분위기다.

미국 대선 판세 바이든에 기울자 #분노한 트럼프 미·중 분쟁 유발 우려 #11월과 12월 ‘서프라이즈’ 경고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맞붙은 미 대선은 당초 예상과 달리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중국 환구망 캡처]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맞붙은 미 대선은 당초 예상과 달리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은 당초 바이든의 압승을 점쳤다. 미 대선 당일이던 3일 천치(陳琦) 칭화(淸華)대 중·미관계연구센터 주임은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터지지 않는 한 트럼프가 열세인 전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까지 공언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트럼프가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안강(安剛) 칭화대 전략안보센터 연구원 또한 “트럼프의 패색이 짙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의 지지 기반이 절대 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결과가 불리해지자 불복 입장을 보이고있다. 중국은 그 불똥이 중국으로 튈까 극히 조심하는 분위기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결과가 불리해지자 불복 입장을 보이고있다. 중국은 그 불똥이 중국으로 튈까 극히 조심하는 분위기다. [AFP=연합뉴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바이든이 예상과 달리 신속하게 대승을 거두지 못한 건 미국의 많은 유권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보다는 경제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먹고사는 문제를 강조한 게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리하이둥은 또 미국민의 마음을 읽는 트럼프의 능력이 오히려 미 여론조사 기관의 전문성을 능가하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미 대선은 미국의 내정으로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조심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중국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미 대선은 미국의 내정으로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조심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중국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은 현재 미 대선과 관련해 극히 신중한 모습이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4일 “미 대통령 선거는 진행 중으로 결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미 대선은 미국의 내정으로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말한 게 그런 상황을 대변한다.

중국의 이런 신중함 뒤엔 패배 가능성이 짙은 트럼프의 분노가 자칫 중국으로 향할까 우려하는 속내가 작용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기관지 학습시보(學習時報)의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원(鄧聿文)은 앞으로의 미·중 관계가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뉴욕다리를 봉쇄한 채 깃발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뉴욕다리를 봉쇄한 채 깃발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덩은 “트럼프는 코로나 사태만 아니었으면 자신이 쉽게 재선에 성공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패배할 경우 중국에 잘못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는 혼란이 자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중국을 자극해 분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1월이나 12월의 언젠가 ‘서프라이즈’를 벌일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되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미 대선에 애써 초연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밤 상하이에서 열린 제3차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중국의 대외개방 지속을 강조하는 개막식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밤 상하이에서 열린 제3차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중국의 대외개방 지속을 강조하는 개막식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그러면서 바이든이나 트럼프 둘 중 누가 미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중국 때리기’는 계속될 것이니 중국은 대외개방과 내부개혁 촉진이라는 집안일부터 잘하자고 외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4일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연설도 그런 외침의 일환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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