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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위장병 상식]

중앙일보

입력

몸 안에 있는 장기(臟器) 중 위장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장기도 드물다. '포만감이 곧 행복'을, '굶주림은 불행'을 뜻할 정도로 우리네 정서와 밀접하다.

그만큼 잘못 알려진 상식이 횡행하는 부위도 바로 위장이다. 최근 '알기 쉬운 위장병'을 펴낸 서울아산병원 민영일 교수와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전훈재 교수의 도움말로 잘못된 위장병 상식을 바로 잡아보자.

◇체하면 뚫어야 한다?

위의 역할은 음식을 맷돌처럼 갈아 잘게 부수는 것. 쉼없는 연동운동과 위액으로 3~4㎜의 입자가 된 음식물은 유문을 통해 빠져나가고, 이보다 큰 덩어리는 다시 위로 돌려보내지는 동작이 반복된다.

이렇게 음식이 위를 통과하는 시간은 3~6시간. 탄수화물 종류는 배출이 빠르고, 지방이 가장 느리다.

체(滯)했다는 것은 음식이 위에 걸렸거나 얹혔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실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식후 상복부가 아프거나 더부룩한 증상이 생기면 음식이 위를 막은 듯한 느낌을 받을 따름이다. 이 때 위 내시경을 해도 음식이 걸린 것은 볼 수 없다.

이런 증상의 원인 질환 중 가장 많은 것은 기능성 소화불량이다.

특히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며, 갑갑함을 호소하는 위 운동장애가 가장 많다. 과거에는 기능성 소화불량을 신경성으로 넘겨버렸지만 지금은 식도 내압검사나 동위원소를 이용한 위 배출능력검사, 위 전도, 오디괄약근 검사 등 다양한 진단방법들이 나와 원인에 따른 맞춤 치료를 하고 있다.

◇위가 처지면 소화가 안된다?

위하수는 위의 아랫부분이 골반으로 내려와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위하수를 지금도 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위가 처진 것과 소화능력과는 무관하다. 실제 키가 크고 날씬한 사람은 위뿐 아니라 뱃속 장기가 늘어져 있고, 키가 작고 뚱뚱한 사람은 위와 간 등이 옆으로 놓여 있다.

심한 당뇨로 인한 케톤 혈증 환자나 거식증 환자에게서 위가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지만 위하수 자체는 병이 아니다.

위경련이란 말도 많이 하지만 실제 위가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는 없다. 두통처럼 위통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죽을 먹으면 소화가 잘된다?

죽이 부드러운 유동식이라고 해서 소화가 안되는 위장병 환자에게 무조건 권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위장관 수술 후 오랫동안 금식을 한 경우, 또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아니라면 고형식도 무방하다. 죽을 장기간 먹으면 오히려 영양실조에 걸릴 우려가 있다.

◇신 음식은 산(酸)이므로 위에 나쁘다?

신 김치나 신 과일이 산이라고 해서 소화성 궤양환자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음식이 산성인가, 알칼리성인가는 맛이 아니라 음식을 태웠을 때 그 재가 산성인가 알칼리성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대체로 육류는 산성이며, 채소와 과일은 알칼리성이다. 따라서 위궤양 환자가 신 음식을 기피할 필요는 없으며, 과일은 오히려 권장한다.

◇설사를 하면 영양흡수가 안된다?

과민성 대장환자처럼 설사를 많이 하면 영양실조에 걸리나.

실제론 설사는 대장의 운동 이상과 관련이 있으므로 대부분의 영양이 흡수되는 위장과 십이지장만 건강하다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변에 기름이 뜨는 흡수장애 환자의 설사는 예외.

◇위에 산이 너무 많다?

목에서 신물이 올라온다거나, 속이 쓰린 궤양환자들에게 위산 과다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물론 위점막에서 분비되는 위산은 공업용 염산에 버금가는 pH 1.5로 피부손상을 일으키는 강산(强酸)이다.

하지만 속쓰림이나 신트림과 같은 증상은 위산 과다와는 관련이 없다. 신트림은 식도와 연결된 괄약근이 느슨해져 위산이 역류하는 것이고, 속쓰림은 위벽의 방어벽이 깨져 강산을 견디지 못해 생기는 궤양 때문이다.

위산 분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많고 적음이 병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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