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투표 끔찍”…트럼프, 펜실베이니아 개표 소송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2020.11.03 00:02

업데이트 2020.11.0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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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선 이틀 전인 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선거 유세 중 마스크를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선 이틀 전인 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선거 유세 중 마스크를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개표가 완료되기도 전에 “때이른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는 대선 불복 시나리오가 번지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주 동안 측근들에게 대선 당일 밤 개표가 완료되지 않아도 연단에 서서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고 조기 승리 선언 시나리오를 보도했다.

Q&A로 본 대선 불복 시나리오
선벨트 등 우세 땐 승리 선언할 수도
바이든 “선거 도둑 좌시 않겠다”

대법 갈 경우 6대3으로 보수 우위
최악 경우 하원에서 대통령 선출

조기 승리 선언의 전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텍사스·애리조나·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를 포함한 남부 ‘선벨트’와 오하이오·아이오와 등 일부 ‘러스트벨트’에서 승리하거나 우세를 달리는 경우다. 즉, 이들 지역의 현장 개표에서 앞선 것을 근거로 우편투표 개표를 완료하지 않았는데도 승리를 선언하는 것이다. 이 경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후 개표에서 앞서도 이를 선제적으로 부정하는 것인 만큼 트럼프 지지층을 자극하는 초유의 대선 불복 선언이 된다. 이와 관련, 바이든 후보는 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를 훔쳐가도록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정치 전문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미대선 경합주 사전투표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대선 경합주 사전투표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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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펜실베이니아가 뇌관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악시오스 기사를 “허위 보도(false report)”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대선일 사흘 뒤인 11월 6일까지 도착하는 우편투표도 유효투표로 인정한 펜실베이니아를 겨냥해 “끔찍한 일”이라고 연거푸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변호사들과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사실상 펜실베이니아 우편투표의 개표 중단이나 무효 소송에 착수할 뜻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예고한 건 이곳에서 309만 표에 달하는 우편투표가 모두 개표될 경우 자신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지지자들에 비해 우편투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의 최종 개표를 가로막거나 개표 결과에 대해 무효 소송을 내는 것은 2020년 대선 결과 확정을 늦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대선 놓고 대법원까지 가나.
소송전이 시작되면 결국 대법원이 대선 결과를 확정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결했던 2000년 11월 7일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에서 6만여 표가 개표에서 누락되고 불과 500여 표 차이(0.009%)밖에 나지 않았다. 당시 고어 후보가 재검표 소송을 냈다가 한 달여 후인 12월 12일 연방대법원이 5대4로 부시 손을 들어주면서 대선 결과가 확정됐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나 지지자들로선 당일 펜실베이니아 현장투표에서 앞서다가 우편투표 개표에서 역전당할 경우 우편투표 부정이 있으니 재검표해 달라거나 소송을 낸 뒤 주대법원에 이어 연방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확정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미국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최근 임명한 에이미 배럿 대법관을 포함해 보수 6명 대 진보 3명으로 보수 우위다. 트럼프 측은 대법원까지 갈 경우 보수 대법관들이 편을 들어줄 가능성을 내심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송전 가면 미국은 어떻게 되나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이미 대선 기간 중 텍사스에선 총기를 휴대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민주당 유세 버스를 에워싸며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서 교수는 “극단적인 경우 지지자들을 동원해 개표 자체를 막는 등 충돌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개표 반대를 외치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개표 방해에 반발하는 바이든 지지자들이 뒤엉키며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고, 백인 경관의 흑인 총격 사망사건으로 전역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를 겪었던 미국 사회에서 ‘대선 불복’ 대 ‘부정 개표’라는 대충돌이 시작되는 혼돈의 시간이 올 수도 있다.
결과 확정 늦어지면 어떤 절차를 밟나.
그간 미국 대선에선 패자가 일찌감치 개표 중간 패배를 인정하며 당선자를 축하하거나 대법원이 판결을 내리고 이에 패자가 승복하면서 미국 사회의 혼란 확대를 막았다. 그러나 유혈사태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대법원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 대선 5주 뒤인 12월 14일 선거인단이 과반 득표를 한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수정헌법에 따라 하원에서 50개 주별로 주별 다수당이 한 표씩 행사해 대통령을 선출하고, 상원의원 100명이 부통령을 선출한다. 즉 내년 1월 3일 출범하는 새 하원이 새 대통령을 결정한다. 만약 현직 대통령(트럼프) 임기인 내년 1월 20일까지 상·하원이 대통령·부통령을 선출하지 못할 경우 헌법상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 승계 서열 2위인 하원의장이 의장직을 사임하고 대통령직을 대행하게 된다.

정효식·석경민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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