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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로 세분화한 거리두기…자영업자 ‘반색’, 일반인 ‘난해’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월 서울 동작구 한 피시방에 손님들이 유리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한 칸씩 띄어 앉아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서울 동작구 한 피시방에 손님들이 유리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한 칸씩 띄어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제 한시름 놨어요. 하루 확진자가 800명 이상만 안 나오면 영업은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코로나가 확산하기 이전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힘내봐야죠.”

서울 영등포구에서 9년째 PC방을 운영중이라는 이모(49)씨가 2일 환하게 웃으며 한 말이다. 그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5단계 개편방안은 자영업자들의 근심을 덜어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환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한 정부 조치에 자영업자들이 반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해 현장에서 잘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한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 닫고 백수 될 걱정 덜었다”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시행하던 지난 9월,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 내 상점에 임대문의가 붙어 있다. 뉴스1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시행하던 지난 9월,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 내 상점에 임대문의가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만난 자영업자들도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내체육시설에 해당하는 PT 샵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김상명 씨(29)는 “지난 9월 초 2.5단계가 됐을 때는 아예 문을 닫고 갑자기 ‘백수’가 됐는데, 이젠 그럴 걱정은 덜었다”며 “앞으로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같은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영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개편방안에 따르면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은 주 평균 일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400~600명인 2.5단계일 때에만 집합 금지명령 대상이 된다. PC방과 학원은 주 평균 일일 확진자가 800~1000명 이상인 3단계일 경우에만 영업을 중단한다. 일평균 확진자가 100~200여명이면 모두 집합 금지명령 대상이었던 지난 8월과 비교하면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식당과 카페에 적용되는 기준도 낮아졌다. 새 개편안은 식당·카페는 사회적거리 두기가 2단계(주 평균 일일 확진자 300명 초과)로 상향될 경우에만 오후 9시 이후 실내영업을 멈추도록 했다. 대신 배달·포장은 가능하다. 강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31)는 “오후 9시 이후 집합금지는 자영업자들에게 ‘사망선고’나 다름 없었다.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식당이 많긴 하지만, 기준이 조금이라도 완화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준, 난수표처럼 복잡”

그동안 3단계로 구분돼 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5단계로 세분화된다.      재정비한 거리두기 단계는 이달 7일부터 적용된다. 연합뉴스

그동안 3단계로 구분돼 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5단계로 세분화된다. 재정비한 거리두기 단계는 이달 7일부터 적용된다. 연합뉴스

하지만 개편안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김승아(32)씨는 “새로운 개편안을 보면 일평균 확진자가 100명이어도 사회적거리 두기는 1단계다. 코로나 19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60대 박 모 씨는 “뉴스를 통해 새롭게 적용된 기준을 봤는데 기존 3단계보다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에서 세밀한 기준을 만들었지만, 현장에선 해당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며 “단순히 일일 확진자를 방역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각 시설별 방역수칙, 방역인력 등을 정하는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현장에 있는 의료진은 고려하지 않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역 조치 기준은 단순해야 모두가 잘 따를 수 있는데, 새로운 개정안은 난수표처럼 복잡하다”며 “완화된 조치로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각 병원에서 중증환자뿐 아니라 경증환자들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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