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에 대해 “커밍아웃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오후 2시 기준 검찰 내부망에 게시된 이 검사와 최 검사의 글에 각각 73개, 164개 등 총 237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현직 검사는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한 검사들의 댓글이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며 “대개 적극 공감과 지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반발 이렇게 뜨거웠던 적 없어” #임은정 “자성의 목소리 남겨야”
또 다른 검사들의 글이 추가로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많은 검사가 자신의 이름과 직위를 걸고 추가적인 글을 쓰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추 장관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 의사 표현이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각급 검사 회의나 기수 모임 등 오프라인에서의 단체 행동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는 다소 신중한 분위기다. 검찰이 개혁의 대상으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현직 검사는 “사실상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거나 검사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 장관의 SNS 글 게시에 대한 검사들의 반감은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직접적인 행동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한 검사는 “검찰 개혁에 공감하고 있지만 ‘내 편 위주’ 방식의 개혁에 대해서는 아니다”라며 “추 장관 취임 이후 이렇게까지 검사들의 반발이 뜨거웠던 적이 없었다. 더 많은 목소리와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임은정 대검찰청 검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30기)은 내부망에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 애사(哀史)’라는 제목으로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형이 확정됐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성난 동료들이 많아서 욕먹을 글인 걸 알지만 종래 우리가 덮었던 사건들에 대한 단죄가 뒤늦게나마 속속 이루어지고 있는 이때 자성의 목소리 하나쯤은 검사 게시판에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쓴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이 글에 한 후배 검사는 “죄송하지만 제게는 물타기로 들린다”며 “이제 부장님을 정치 검사로 칭하는 후배들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 달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운채·이가영 기자 na.unch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