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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차원서 깐다”…라임 ‘술접대 의혹’ 검사 실명 공개 파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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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9호 02면

28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입구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펀드 사기 키운 금감원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진행’ 기자회견을 했다. [뉴시스]

28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입구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펀드 사기 키운 금감원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진행’ 기자회견을 했다. [뉴시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주장한 ‘검사 술접대’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김 전 회장과 고등학교 동문인 박훈 변호사가 30일 술접대 자리에 참석한 검사라며 나모 부부장검사의 이름과 사진을 밝혔다. 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친구가 김봉현이 접대했다는 검사 중 한 명”이라며 경기 지역 한 지청에 근무하는 나모 부부장검사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박 변호사는 “공익적 차원에서 깐다”고 썼다. 이날 박 변호사가 지목한 나 부부장검사는 지난해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했다.

박훈 변호사 페북에 사진도 공개 #지목된 검사, 남부지검 근무 이력 #술자리 주선 변호사는 강력 부인 #옵티머스 전·현 대표 주총서 충돌 #이혁진 베트남 출국, 검찰은 몰라

박 변호사의 폭로에 김 전 회장과의 술자리를 주선했다고 지목된 A 변호사가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A변호사는 이날 “나모 검사를 데리고 술집에 간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2018년 8월 이후 해당 검사를 사적인 자리에서 본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나 부부장 검사와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은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라임 검사 로비 의혹’ 수사 전담팀을 꾸린 남부지검은 김 전 회장의 주장을 토대로 압수수색을 이어나가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1일 전담팀은 A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26일에는 술자리 참석자로 지목된 현직 검사 2명의 사무실과 주거지를, 28일에는 김 전 회장이 접대 장소라고 밝힌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룸살롱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검찰은 이날 라임 펀드 판매사 중 하나인 한국투자증권 본사도 압수수색했다. 지난 28일 KB증권, 이날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세 번째 라임 관련 증권사 압수수색이다.

박훈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라임 접대 의심 검사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뉴시스]

박훈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라임 접대 의심 검사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뉴시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락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라임 펀드를 판매한 전체 증권사 점검 차원의 조치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라임 펀드는 483억원(지난해 말 기준) 규모다.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대신증권(1076억원), 메리츠증권(949억원), 신영증권(890억원), KB증권(681억원)에 이어 증권사 중 6번째로 많이 팔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KB증권 등 라임 펀드 판매사 세 곳에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 등을 사전 통보한 바 있다. 지난 29일에는 이들 증권사에 대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징계 조치를 결론 내지 못했다. 2차 제재심은 다음 달 5일이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은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구속) 대표에 대한 수사 의뢰서(11페이지 분량)와 이혁진(해외도주) 전 대표에 대한 기소중지 결정서(5페이지 분량)를 입수해 공개했다. 전파진흥원(680억원을 투자했다가 회수)은 2018년 10월 옵티머스 수사를 의뢰했지만 검찰이 이듬해 5월 무혐의 처분했다. 전파진흥원의 재산상 손해가 없다는 게 주된 처분 사유였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수사 의뢰서에는 옵티머스의 펀드 사기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이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공적 기금이 불법행위의 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짙고 불법행위 결과 판명시 다수 소액 주주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3페이지)

“특히 엠지비파트너스의 성지건설 경영권 확보를 위한 성지건설 신주인수 과정에서 국가기금인 전파진흥원이 매출채권에 투자한 자금이 활용되었다.”(5페이지)

“판매사인 대신증권은 진흥원을 기망한 의혹이 있고, 자금을 수탁 관리한 하나은행에도 마찬가지 혐의가 있다.”(11페이지)

기소중지 결정서를 근거로 재구성한 이 전 대표의 해외 출국과 김 대표와의 갈등 상황은 이렇다. 옵티머스 전·현직 대표인 두 사람은 2018년 3월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충돌했다. 회사를 빼앗긴 이 전 대표는 김 대표와 충돌한 바로 다음 날 출국했다. 결정서에는 ‘국외 출국(미상)’이라고 돼 있다. 다음은 결정서에 나오는 기소중지 과정이다.

“출입국 기록을 조회한 결과 폭행사건 다음 날(2018년 3월 22일) 이미 불상 국가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2018년 4월 16일, 5월 1일, 5월 21일 등 총 4회에 걸쳐 추가적인 출입국 현황을 조회했으나 입국하지 않았다. 피의자 이혁진은 그 소재가 발견될 때까지 기소 여부의 결정을 중지함에 상당하다.”

검찰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 전 대표가 간 곳은 베트남이었다. 당시 베트남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이 진행 중이었다. 이 전 대표는 순방에 동행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현지에서 만나 “전파진흥원이 김 대표 측에 투자한 경위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즈음 김 대표도 이 전 대표를 폭행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파진흥원이 2018년 옵티머스를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것은 이 전 대표가 과학기술부에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은 것이 발단이라는 전파진흥원 직원들의 진술이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수원지검은 이 전 대표가 출국한 두달여 후인 5월 31일 그를 기소 중지했다. 죄명은 상해와 횡령. 공소시효는 장기 2027년 3월 21일, 단기 2025년 3월 20일로 나온다. 비고란에는 ‘2018년 3월 22일 국외 출국(미상)’으로 적혀있다.

이 전 대표의 신병과 관련, 추미애 장관은 지난 12일 법사위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9월 24일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나는 옵티머스 펀드 사기의 최대 피해자다. 미국에 있는 것도 도주가 아니라 미국 집으로 귀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일훈·황의영·이우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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