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佛 니스 테러범은 튀니지 출신 21세 남성…"사건 전 알카에다 테러 선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지 니스에서 벌어진 흉기 테러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용의자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30일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수사당국이 지목한 용의자는 튀니지 출신의 브라임 아우이사우이(21)란 남성으로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용의자는 오전 8시 29분 성당으로 들어가 30분가량 성당 안팎에서 30㎝ 길이의 흉기를 휘둘렀고 이 과정에서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 숨졌다.

성당 지기로 일하던 55세 남성은 목을 공격당해 숨졌고, 60세 여성은 참수됐다. 두 딸의 아버지인 성당 지기 남성은 지난 10년간 오전 8시 30분이 되면 성당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일을 해왔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참사가 벌어진 프랑스 니스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2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촛불을 밝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참사가 벌어진 프랑스 니스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2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촛불을 밝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44세 브라질 여성 한 명도 희생당했다. 이 여성은 여러 곳에 상처를 입은 뒤 근처 식당으로 피신했지만 "세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전해달라"고 말한 뒤 숨졌다. 출동한 경찰은 오전 8시 57분 14발의 총격을 가해 범인을 쓰러뜨렸다. 현재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다.

튀니지에서 이탈리아 거쳐 입국…범행 뒤 "신은 위대하다" 외쳐

용의자는 지난 9월 14일 선박을 타고 튀니지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9월 20일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에 도착한 그는 10월 9일 이탈리아 남부 바리로 이동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탈리아 적십자사가 발행한 공식 문서를 갖고 있었다.

20일 뒤인 지난 29일 그는 오전 6시 47분 프랑스 니스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 CCTV에는 역에 도착한 뒤 겉옷을 뒤집어 입고 신발을 갈아 신는 모습이 포착됐다.

테러 용의자 브라임 아우이사우이 [폴리티카 캡처]

테러 용의자 브라임 아우이사우이 [폴리티카 캡처]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는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 압수한 물품에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와 예비용 흉기 2자루, 이슬람 경전인 쿠란, 휴대전화 두 대가 있었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범인이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와 연계돼 있는지 조사 중이다. 다만 최근 서방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는 추종자가 자발적으로 저지른 경우도 많아 단독 범행일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 프랑스 내무부가 알카에다의 이상 동향을 입수하고 전국 경찰에 공문을 보내 경계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공문에는 프랑스 내에서 개개인이 각자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수행하라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의 지령이 담겼다. 또 성당을 비롯한 기독교 교회를 표적으로 삼고 차량으로 군중에 돌진하거나 칼을 사용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는 IS의 주요 표적이기도 했다. IS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 조직원들을 대거 투입해 총기 난사와 폭탄 공격으로 130명을 살해했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지 5주년인 올해 프랑스에서는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에 격분한 이들의 테러가 줄을 이었다.

지난달 25일 파리에서 파키스탄 국적의 25세 남성이 무함마드 만평을 그린 샤를리 에브도에 복수하겠다며 흉기를 휘둘러 2명을 다치게 했다. 이달 16일에는 중학교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기 위해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역사 교사가 체첸 출신 18세 극단주의자에게 참수당했다.

잔혹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프랑스는 대테러 안전 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다시 한번 프랑스가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았다"며 "이 시기에 우리는 단결해야 하며 테러와 분열의 정신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가운데 검은 마스크)이 29일 니스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가운데 검은 마스크)이 29일 니스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유럽-이슬람권 국가 간의 문화적 갈등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파문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사 참수 사건에 마크롱 대통령은 "풍자도 표현의 자유"라며 "자신들(이슬람)의 법이 공화국법(표현의 자유)보다 우위라고 주장하는 사상에 문제가 있다"며 강경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프랑스 잡지인 샤를리 에브도가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비꼬는 만평을 게재해 터키 대통령실이 정식으로 항의에 나섰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잡지인 샤를리 에브도가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비꼬는 만평을 게재해 터키 대통령실이 정식으로 항의에 나섰다. [EPA=연합뉴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일부 지도자들이 '이슬람을 모독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도 연일 프랑스를 규탄하는 시위와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니스 테러 소식이 전해진 직후 "무슬림은 수 백만명의 프랑스인을 죽일 권리가 있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내놨다. 테러의 배경에 이슬람을 존중하지 않는 서구 국가들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주장이다.

연이은 테러에 프랑스 내 '반(反)이슬람'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CNN은 사건의 여파에 극단주의자가 아닌 일반 이슬람교도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프랑스 내 이슬람교도는 500만명에 이른다. 대부분은 극단주의를 지지하지 않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들을 향한 편견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이런 종류의 분열은 정확히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9일 참극이 발생한 니스 노트르담 대성당 앞을 무장 군인이 지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 참극이 발생한 니스 노트르담 대성당 앞을 무장 군인이 지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유엔문명연대(UNAOC) 대표는 "만평에서 시작된 갈등과 무관용 사태를 깊이 우려한다"면서 "다양한 신념에 대한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유진·이민정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