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자식에 투자하는 반이라도 배우자에 투자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2020.10.30 13:00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 (86)

요즘 인기있는 전시회 중 하나인 ‘퓰리처상 사진전’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사진 속에 담긴 시대를 만나면서 눈물과 미소지움이 반복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시된 사진들은 아무래도 분쟁이나 사건, 사고의 현장을 담아낸 것이 많았는데, 그중 화재의 긴박함을 만날 수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었죠.

여러 사진이 기억이 남지만, 한 사진 속 사연이 오래 머릿속에 맴돕니다. 바로 2002년에 있었던 콜로라도주 헤이먼 산불 사진이었습니다. 이는 콜로라도주의 기록된 최악의 산불로 2100명의 소방관이 산불 진화를 위해 출동 했고 3만7000에이커의 삼림이 불타고 600여개의 건물이 붕괴됐다고 합니다. 산불은 3주간이나 지속됐는데, 기다리는 비는 오지 않고 바람만 거세게 불어 급속히 번져 갔죠.

콜로라도주 헤이먼 산불은 테리 바톤이라는 분이 사이가 멀어진 남편의 편지를 읽다 화가 난 나머지 편지에 불을 붙여 밖으로 던진 불씨가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사진 pixabay]

콜로라도주 헤이먼 산불은 테리 바톤이라는 분이 사이가 멀어진 남편의 편지를 읽다 화가 난 나머지 편지에 불을 붙여 밖으로 던진 불씨가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사진 pixabay]

당신 현장에 있었던 미국 산림청의 테리바톤은 여러 이유를 들어 산불의 원인을 설명했지만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테리 바톤이란 분이 사이가 멀어진 남편의 편지를 읽다 화가 난 나머지 편지에 불을 붙여 밖으로 던졌고 이 작은 불씨가 어마어마한 산불을 일으켰던 것이죠.

물론 그 속의 깊은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얼마나 화가 났으면 다른 곳도 아닌 산림청의 관리 책임자가 그러한 실수를 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밖에서는 참을성, 인내심이 있다는 말을 듣는 사람도 가족이란 관계 안에서는 그 인내심 수치가 쑥 내려가곤 합니다. 가족이란 이름 아래 남편과 아내에게 나의 감정을 예고 없이 불쑥불쑥 공유시키곤 하죠. 좋은 감정이야 나누어 더 커질수로 좋지만 문제는 그 반대의 감정입니다. 소위 ‘욱’ 하고 올라오는 불편한 감정이죠. 그리고 그렇게 올라오는 감정의 화살은 상대방을 향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마다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이 같지 않습니다. 혼자 조절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같이 막 풀어내야 조절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남편의 경우 혼자 조절하는 사람입니다.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잠깐”하고는 자신만의 ‘동굴’에 들어갔다 다 정리가 되면 다시 밖으로 나오는거죠. 반면에 저는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사람입니다. 피하지 말고 붙잡고 얘기해야 풀리는 사람입니다.

얼핏 들어보면 잠깐 하고 삭히는 사람이 좋은 듯도 하지만 문제는 동굴에 들어갔다고 해서 상대가 모르지 않는다는 거죠. 평소와 다르니 티가 납니다. 이 사람이 불편한 상태라는 것을 옆에 있는 사람이 알 수 있죠. 그러한 때는 왜? 뭐? 또 뭐가 문제야? 하고 훅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혹시 지금 괜찮아?” 하고 묻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지금 나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합의가 되어야 서로의 마음이 상하지 않습니다.

물론 쉽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연습이 필요하죠.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욱’ 하는 감정이 상대를 향하는 것은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하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죠.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말에는 당연히 네가 내 입장을 이해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딴 사람도 아니고 네가 아니면 누가 알겠는가 하는 뜻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아주 잠깐만 올라오는 숨을 의식하고 잠깐, 그리고 깊은 심호흡으로 화가 담긴 숨을 밖으로 내쉬고 생각해 봅니다. ‘맞아~ 너도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혹시 지금 괜찮아?“ 하고 묻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지금 나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합의가 되어야 서로의 마음이 상하지 않습니다. [사진 pixabay]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혹시 지금 괜찮아?“ 하고 묻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지금 나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합의가 되어야 서로의 마음이 상하지 않습니다. [사진 pixabay]

이화여자대학교 윤정구 교수가 자신의 SNS에 남겨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나이 50이 되어 깨달은 것들’이란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내용은 모두 10가지를 담고 있는데 그중 10번째 글은 ‘인생에서 믿을 것은 자식이 아니라 배우자 밖에 없다는 점’이란 내용입니다. 그리고 스스로가 창창한 30대로 돌아간다면 “자식들에게 투자하는 반이라도 배우자에게 투자하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배우자를 인생의 진정한 파트너로 받아들이자”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배우자를 나의 평생의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혹시 나는 살면서 나의 불편한 감정을 당연하게 남편, 아내에게 공유시키고 있지 않은지 확인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대게 결혼하는 커플을 보며 하늘이 정해 준 연분, 천생연분이라고 말하곤 하죠. 하지만 천생연분은 결혼의 시작이 아닌 결혼의 마지막에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글을 쓰며 나는 부부의 연을 잘 이어가기 위해 어떤 길을 걷고 있나 때때로 잊지말고 잘 확인해 봐야지 합니다.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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