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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추석 연휴 때 부부가 사소하게 다투지 않으려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 (84)

요즘 부쩍 뱃살이 늘어 고민인 남편이 내장비만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abc 주스를 마셔보겠다 합니다. 주스의 재료인 사과와 비트, 당근을 사서 갈아 먹기 좋게 깍둑썰기해 두고, 사과는 미리 잘라두면 갈변이 되니 먹기 전에 자를 생각으로 냉장고에 넣어 두었죠.

뱃살 빼기의 일환으로 공복 달리기도 시작해, 일찍 일어난 남편은 제가 일어나기도 전에 주스를 갈아보겠다며 분주합니다. 그 소리에 비몽사몽 일어나 보니 남편은 사과를 4분의 1로 잘라 큰 크기 그대로 믹서기에 넣어버리는 겁니다. 이미 잘라둔 것의 크기도 확인했을 터이고, 잘 갈리지 않을 것이 뻔한데 덩어리째 사과를 넣어버린 것이 답답했던 내 입에서 “아니 믹서기도 안 써봤어”라는 말이 쑥 나와버렸죠. 말이 나오는 순간 아차하지만 이미 말은 나온 후입니다.

남편이 믹서기에 사과를 덩어리째 넣어버린 것이 답답했던 내 입에서 ’아니 믹서기도 안 써봤어“라는 말이 쑥 나와버렸습니다. 말이 나오는 순간 아차하지만 이미 말은 나온 후입니다. [사진 pxhere]

남편이 믹서기에 사과를 덩어리째 넣어버린 것이 답답했던 내 입에서 ’아니 믹서기도 안 써봤어“라는 말이 쑥 나와버렸습니다. 말이 나오는 순간 아차하지만 이미 말은 나온 후입니다. [사진 pxhere]

남편의 흥겨웠던 아침 분위기는 순간 바뀝니다. 잠시 정적 후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느냐고 입을 연 남편은 갈리지 않으면 알아서 다시 꺼내 자를 수도 있을 것인데, 왜 늘 자신의 기준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먼저 '버럭'부터 하는지 묻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왜 그런지 요즘 저는 짜증이 늘었고 남편은 '버럭'하는 나에게 농담 반 진담 반 '오바마'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죠. 늘 한순간을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말과 행동이 문제입니다.

다양한 부캐의 탄생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TV 예능프로 ‘놀면 뭐하니’에서 최근 ‘환불원정대’라는 컨셉의 프로그램을 방영 중입니다.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의 조합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환불원정대는 얼마 전 이들의 매니저를 선발하는 과정을 방송으로 내보냈습니다. 여러 명의 후보자 가운데 가수 김종민, 정재형이 매니저로 같이 활동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이들의 첫 만남 자리에서 정재형과 20년 지기 친구임을 밝힌 엄정화는 정재형이 까다롭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정재형이 매니저로 오면 우리가 떠받들어야 한다고 흥분했죠.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은 환불원정대의 멤버로, 매니저인 정재형을 차갑게 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효리는 엄정화에게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며 엄정화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힘들어할 때 정재형이 그 이야기를 꺼내며 울었다는 일화를 전했습니다. 친구 앞에서는 같이 힘내자며 씩씩한 척했지만 친구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같이 힘들어했던 겁니다. 엄정화는 눈물을 터트렸고 그때의 일이 떠오르는 듯 정재형도 함께 눈물을 흘렸죠.

그 상황에 다들 당황해하자 눈물을 닦던 엄정화는 정재형에게 “그럼 평소에 잘해주던가, 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잘해주냐. 우리 부부싸움이냐?”라고 말해 상황을 웃음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같이 있을 시간이 많다는 것은, 사소한 일로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욱 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 긴 심호흡으로 한 템포 내 감정을 살필 수 있는 여유를 챙길 수 있길 바라봅니다. [사진 pixabay]

같이 있을 시간이 많다는 것은, 사소한 일로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욱 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 긴 심호흡으로 한 템포 내 감정을 살필 수 있는 여유를 챙길 수 있길 바라봅니다. [사진 pixabay]

부부 역시 여러 일로 티격태격하다가도 문득 마음 한 켠에서 '그래도 이만한 사람이 없지'라고 생각하죠. 그러면서도 정작 입 밖으로는 표현이 잘 안 됩니다. 반대로 알아주겠지, 받아주겠지 하며 불편한 티는 왜 그리도 금세 튀어나오는지요. 잘한다고 하면서도 우리 부부 역시 혹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좋은 부부이진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얼마 후면 부부가 붙어있는 시간이 더 많아질 명절 연휴입니다. 같이 있을 시간이 많다는 것은 많은 사례로 미루어 비춰볼 때, 사소한 일로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욱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 긴 심호흡으로 한 템포 내 감정을 살필 수 있는 여유를 챙길 수 있길 바라봅니다. 이참에 새 별명은 다시 지워버릴 수 있게 말입니다.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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