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부인과 한번도 안 싸웠냐”물음에 최수종이 한 말

중앙일보

입력 2020.10.09 13:00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 (85)

올해 추석은 코로나로 인해 함께 자리하지 못한 가족이 많았죠. 그래도 저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계신 시댁을 찾았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근처 호수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마스크를 일상처럼 착용하는 요즘이지만 때때로 느껴지는 답답함은 여전한데, 오랜만에 넓은 공간에서 바람을 쐬니 명절 기분도 나고 좋았죠.

그렇게 공원을 한 바퀴 쭉 돌아 주차장으로 돌아왔는데, 차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사진 pixabay]

그렇게 공원을 한 바퀴 쭉 돌아 주차장으로 돌아왔는데, 차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사진 pixabay]

그렇게 공원을 한 바퀴 쭉 돌아 주차장으로 돌아왔는데, 차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봐도 명확히 출입구로 보이는 곳에도 떡하니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는 겁니다. 입구이긴 하지만 급한 마음에 차를 주차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전화를 걸었지요. 그런데 한 번에 받지를 않습니다. 겨우 전화를 받은 운전자는 별스럽지 않게 바로 가겠다며 전화를 끊습니다.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지만 바로 온다니 화를 누르고 차에 앉아 기다렸죠. 그 사이 저희 뒤쪽으로도 차를 빼려는 차량이 줄을 이었습니다. 어차피 오는 길일 텐데 자꾸 전화하면 뭐하나 싶어 기다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오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리고 슬슬 눌러둔 화가 올라올 무렵 도착한 남녀 커플은 아주 천연덕스럽게 차에 올라탑니다.

줄지어 서 있는 차들이 보이지 않을 리 없었을 테고 그 정도 시간이면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는 고갯짓이라도 해야 마땅할 터인데 아무런 미안함 없이 차에 올라타 주차장을 빠져나갑니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냐며 투덜거리는 내게 남편은 기분 좋은 명절에 화내면 나만 손해라며 그러려니 하라 합니다. 이처럼 서로 간에 정해놓은 규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우리는 불편함과 동시에 마음이 상하곤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다른 때보다 시간이 많아진 연휴이니만큼 그동안 미뤄뒀던 일을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친정엄마가 주신 인삼으로 인삼주도 담그기로 했고, 생각만 하고 미뤄둔 옷도 정리해야 했죠. 이번 연휴에는 꼭 해치워야지 마음먹으니 그 생각이 계속 머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저녁은 언제 먹을까 하는 남편과의 대화 후 저녁 먹기 전에는 무얼 하겠냐고 남편이 묻습니다. 시간이 아주 여유롭진 않았기에 잠시 텔레비전 좀 보면서 쉴까 했는데, 그 사이 뭔가 가지러 옷 방에 들어간 제 눈에 급 걸려있는 옷들이 눈에 거슬립니다. 그 순간 일단 정리가 쉬운 남편 옷부터 먼저 치우자는 생각이 들었죠. 이미 내 머릿속엔 연휴 기간엔 꼭 옷 정리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터라 그 순간 생각할 틈도 없이 말이 먼저 나옵니다. “여보, 이 옷 계속 입을 것 같아요? 여기 와서 좀 봐요.”

그사이를 못 참고 나는 혼자 분주해졌고, 남편은 남편대로 불편해졌습니다. 어차피 할 일, 크게 지장이 없는 선에서 언제 하는 게 뭐가 중요하냐는 내 생각과 함께할 일이면 미리 정해진 약속대로 진행되길 바라는 남편 사이에 잠시 침묵이 자리합니다. 혹시 지금 옷 정리를 같이해도 괜찮겠냐는 나의 질문이 먼저 있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졌겠지요. 알면서도 남편의 불편해진 얼굴을 보는 순간이면 전후 사정을 생각하기보다 나도 같이 불편함을 드러내게 됩니다.

저녁은 언제 먹을까 하는 남편과의 대화 후 저녁 먹기 전에는 무얼 하겠냐고 남편이 묻습니다. 시간이 아주 여유롭진 않았기에 잠시 텔레비전 좀 보면서 쉴까 했는데, 그 사이 뭔가 가지러 옷 방에 들어간 제 눈에 급 걸려있는 옷들이 눈에 거슬립니다. [사진 pxhere]

저녁은 언제 먹을까 하는 남편과의 대화 후 저녁 먹기 전에는 무얼 하겠냐고 남편이 묻습니다. 시간이 아주 여유롭진 않았기에 잠시 텔레비전 좀 보면서 쉴까 했는데, 그 사이 뭔가 가지러 옷 방에 들어간 제 눈에 급 걸려있는 옷들이 눈에 거슬립니다. [사진 pxhere]

남편이 종종 표현하는 것처럼 주로 의식의 흐름대로 집안일을 처리하는 나에게 남편은 언제 무엇을 할 것인지 먼저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일을 하지만 간혹 나만의 규칙 안에서 남편 역시 동의해주길 바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혼자 사는 공간이라면 밥 먹다 말고 주저앉아 옷 정리도 할 수 있고, 늦은 밤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고 라디오를 들을 수도 있죠. 하지만 결혼 후라면 함께 하는 공간이기로 너무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보이지 않는 규칙을 만들어 가게 되죠. 그런데 보이지 않기에, 또 가족이란 이유로 종종 그 선을 넘길 때가 있습니다.

모든 가족은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규칙은 서로가 일상을 공유하며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게 되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가족의 상황이 변해가면서 그 규칙은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족 간의 규칙은 모두가 명확하게 인지한다거나 혹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규칙이라는 이름의 강압이 될 수도 있죠. 나만의 규칙인지 서로가 동의한 규칙인지는 대화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명확하게 함께 인지하는 과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죠.

규칙이 정해지지 않으면 갈등이 생깁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차장에서의 일처럼 규칙을 지킨 사람이 답답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한번 보고 말 사람이면 시원하게 욕 한번 해주고 지나갈 일이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가족이라면 반복되는 상황이 갈등의 시작이 될 수 있죠.

주차장에서의 일엔 남편보다 더 흥분하면서 남편 사이의 규칙의 선은 나도 모르게 자유롭게 오간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는 연휴였습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잉꼬부부의 대명사인 연예인 최수종·하희라 커플에게 물었습니다. “커플인데 한 번도 안 싸웠어요? 어떻게 그래요? 한 번도 없다고요?” 그러자 최수종 씨는 말합니다. “제 아내를 제 딸처럼 여겨요. 그렇게 25년 동안요.” 옆에 있던 하희라 씨에게도 물었습니다. “그럼 당신도 남편을 아들처럼 여기나요?” 그렇다고 말하자 정말 남편이 하고픈 대로 다 놔두냐고 되묻자 하희라 씨의 답변은 간단합니다. “사랑하니까요!”

누군가가 다툼 없이 잘살고 있다고 해서 그 모습이 나에게도 정답은 아니겠지만 많은 매체에서 비친 만큼 언제나 그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우리는 종종 확인합니다. 사랑은 마음에 담아두는 감정이 아닌 실천이라고 하죠. 부부 사이의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사랑의 감정을 확인시켜 주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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