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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수탁사' 하나은행, 이자대납 묵인 의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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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펀드 투자처 대신 아무 관련 없는 회사가 이자를 대신 갚는데도 이를 묵인한 정황이 나왔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뉴스1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뉴스1

트러스트올, 채권 이자 수차례 대납

29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하나은행의 '옵티머스 판매 펀드 거래내역'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아트리파라다이스와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등의 채권을 매입한 뒤 이자는 다른 회사에서 수시로 받았다. '채권 매입' 항목엔 어느 회사 계좌로 돈을 넣었는지 등 거래 대상과 계좌 번호가 상세히 적혀 있지만, '채권이자 수령' 항목에는 이 부분이 공란으로 비어 있다. 아트리파라다이스 등이 이자를 갚지 않았을 것이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금융권과 법조계는 옵티머스 측의 '횡령 자금 저수지'로 지목된 트러스트올이 아트리파라다이스 등의 채무를 대신 갚아(대위변제)준 것으로 보고 있다. 대납한 이자 규모만 최소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러스트올은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무실 복합기 임차료를 지급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진 회사로, 옵티머스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이동열(45) 씨가 대표로 있다. 이씨는 옵티머스의 2대 주주이자 옵티머스가 설립한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관리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위변제 행위 등은) 비정상적인 케이스"라며 "전혀 상관없는 회사가 돈을 대신 갚는 것도 이상하고, 수탁은행이 그것을 문제 삼지 않은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수탁은행은 펀드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면 이를 보관해뒀다가 운용사 지시에 따라 자산에 투자하거나 운영하는 식이다. 예컨대 하나은행이 옵티머스 지시로 A회사의 채권을 사면 A회사는 하나은행 측에 채권 투자에 따른 이자를 줘야 한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입금 회사가 어디인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운용사가 할 일이다. 수탁사가 이를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없다"고 해명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옵티머스 사태 주요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옵티머스 사태 주요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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