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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업그레이드] 2. 치아

중앙일보

입력

주부 K씨(29)는 임신 3개월째부터 잇몸이 들뜨는데다 칫솔질을 할 때마다 피가 나고 입냄새까지 났으나 '임신 중엔 치과에 가면 안된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3개월을 버텼다.

결국 치과를 찾은 결과 임신성 치은염(잇몸병)이었다. K씨는 치석을 긁어내는 수술을 받은 후 증상이 사라졌고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을지병원 치과 최은정 교수는 "임신 도중 잇몸질환 치료를 미루다 임신 말기에 심한 통증으로 고생하거나 출산 후 어금니를 뽑는 여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충치(蟲齒)와 풍치(風齒.잇몸병, 잇몸뼈까지 손상된 치주염부터 풍치로 간주)는 치아 건강의 관건이다.

모두 32개인 자연치아(사랑니 4개 포함)를 16.3개(65~74세)로, 다시 10.4개(75세 이상)로 줄여놓는 두 주범이다. 일반적으로 35세 이전에는 충치, 그 이후에는 풍치 때문에 치아가 빠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치 보유수 세계 최고 수준

음식의 당(糖)이 치아표면에 붙으면 입안의 세균들이 이것을 먹고 산다. 세균이 배설한 산(酸)이 치아를 서서히 녹이는 것이 충치다.

우리나라 5세 어린이의 젖니 20개 중 5.5개는 삭아 있다(충치 경험).

이 중 절반 가까운 2.6개는 치료없이 그냥 방치돼 있다.이같은 충치 경험률은 세계 최고 수준. 게다가 선진국은 지난 30년간 충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나 우리는 오히려 증가했다.

보건복지부는 충치를 영구치 상실의 첫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영구치가 난 12세 어린이를 조사한 결과 충치가 3.3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충치는 어릴 때 주로 발생하나 일단 생기면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진행된다.충치 예방은 하루에 세번,식후 3분 이내, 3분 이상 이를 닦는 3.3.3 방법이 최상책.

예치과 김석균 원장은 "설탕 성분이 든 음식을 피하며 칼슘이 많이 든 음식이나 우유.야채.과일을 자주 먹을 것"을 권했다.

미국의 '어린이 치과저널'최근호는 치아에 가장 유익한 식품에서 가장 해로운 식품까지 순위를 매겼다. 체더 치즈→다이어트 콜라→우유→바나나→감자→감자칩→비스킷→콜라→빵→밀크 초콜릿 순서였다.

일본.호주에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이 충치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학설이 제기됐다. 일본 도쿄대 치대는 스트레스가 높은 집단이 낮은 집단보다 충치가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침에는 충치 유발 세균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입안이 바싹 타(침 분비량이 80%까지 감소)충치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

◇충치보다 치료가 어려운 풍치

삼성서울병원 치주과 이영규 교수는 "치아의 세균들이 플라크(치태)라는 일종의 '텐트'에서 생활하면서 배설물을 밖으로 내보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풍치"라고 비유했다.

충치는 금.복합수지 등으로 메우거나 신경치료를 하면 비교적 간단히 해결되지만 풍치는 만만치 않다. 장기간 치료가 요구되며 오래 방치할 경우 이 여러 개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경희대 치대병원 박준봉 교수는 "이를 닦거나 사과를 베어물 때 잇몸에서 핏자국이 보이면 풍치를 의심해야 한다"며 "이가 흔들리거나 딱딱한 것을 씹기 힘들 때,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자주 끼거나 이가 들뜬 느낌이 있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풍치의 주원인은 치태(齒苔.치아 표면의 세균덩어리)와 치석(齒石.치태가 단단해진 것)이다. 치아를 깨끗이 닦아 치태를 없애고 매년 한두번 스케일링을 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적 안정감과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갖는 것도 풍치 예방에 효과적이다.

● 이럴 때 충치 의심

▶아프지는 않은데 치아가 검게 변하거나 구멍이 난 부위가 있다
▶차고 더운 음식을 먹거나 마실 때 시린 부위가 있다
▶입안에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
▶치아 사이의 구멍에 음식이 낀다
▶치통이 심하다
▶가끔 잇몸에 뾰루지가 생겼다 없어졌다 한다

●이럴 때 풍치 의심

▶칫솔질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
▶이가 흔들린다
▶이 사이에 음식이 낀다
▶음식을 씹으려면 시큰거린다
▶잇몸 색깔이 검붉고 민들민들하다
▶이와 잇몸 사이가 검게 변한다
▶입에서 냄새가 난다

자료=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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