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육 먹겠다" 엽기 폭언 외교관, 공금 수백만원 빼돌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스1

공관 직원들에게 "인육 고기를 먹어보려 한다" 등 엽기적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주시애틀총영사관 A부영사가 견적서를 부풀려 공금을 유용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나왔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2019년 상반기 모범 공무원' 추천 후보자 명단에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당시 공적 사항으로는 "재외 공관에서 예산 낭비를 막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2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A부영사가 현지 교민 업체의 상호를 무단도용한 견적서로 외교부로부터 1억2000만원가량을 타낸 사실이 외교부 감찰담당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뉴스1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뉴스1

"명품리뷰 유튜버 한다며 공금 빼돌려 애플컴퓨터 사려했다" 

A부영사는 지난해 청사를 이전하며 가구 구입 업무를 담당했다. 이 의원실 측은 "제보에 따르면 A부영사가 가구 구매 과정에서 시애틀 현지 업체가 작성한 것처럼 문서위조를 직원에게 지시했고, 관련 공문 등을 위조해 금액을 부풀린 견적서로 추가 예산을 배정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견적서에 있는 가구 대신 낮은 금액의 가구를 구매했다. 차액으론 2500달러(약 280만원) 상당의 애플 컴퓨터를 구매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며 "그가 애플 컴퓨터를 사려 한 이유는 명품을 리뷰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영상편집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감사 때 문제가 될 경우 행정직원의 집에 컴퓨터를 숨겨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A부영사는 이후 계획을 취소해 컴퓨터를 실제로 구매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편 외교부 감사담당관실은 그해 11월 현지 공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고, A부영사에 대해선 사문서위조 등 일부를 인정해 '장관 경고'라는 서면 경고 처분만을 내렸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