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공무원 형, 웜비어 부모에 답장 "굳은 연대 맹세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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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 사살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 연합뉴스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 사살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 연합뉴스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55)씨가 고 오토 웜비어의 부모에게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낀다”며 “굳은 연대를 맹세한다”고 답신했다.

이씨는 22일 공개한 답신 편지에서 “우리는 똑같이 북한 정권의 반(反)인도범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이 비극적인 슬픔 속에서 저 역시 프레드, 신디 웜비어 두 분을 향한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낀다”고 썼다.

이씨는 “저는 진실을 알고 싶다. 북한 정권이 동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동안 우리 정부는 동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고 싶다”며 “수차례 우리 정부에 최소한 유가족에게라도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저 기다리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동생의 죽음을 규명하고 북한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우리 정부는 오히려 명확한 근거도 없이 동생을 자진 월북자로 몰아붙여 명예를 훼손했다. 우리는 월북자 가족이라고 손가락질당할 것이 두려워 동생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동생의 여덟 살 난 딸은 아직도 제 아빠가 살아있는 줄 안다”고 했다.

이씨는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웜비어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편지에 다시 힘을 내본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두 분께서 전 세계에 북한의 만행과 실상을 알리신 것처럼 이 사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져 정의가 찾아올 것”이라며 “웜비어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불굴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저의 굳은 연대를 맹세한다”고 적었다.

오토 웜비어는 2017년 북한에 억류됐다 식물인간 상태로 풀려난 뒤 사망했다. 웜비어의 부모는 19일 이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과 우리는 모두 같은 김정은 정권의 거짓말과 끔찍한 학대의 피해자들”이라며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정부 차원의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한편 이씨는 2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면담하고 “유엔에 관련된 정부 대응, 중국에 대한 협조, 북한에 관련해서는 강력한 인권 규탄이나 결의안(참여)을 묻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병준·심석용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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