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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회복의 역설, 한국 하늘이 다시 뿌예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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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10일 만에 ‘나쁨’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맑아진 중국의 공기가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간 탓이다. 특히 21∼22일에는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까지 국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도권·충청 미세먼지 오늘도 나쁨 #모레까지 고비사막 황사도 덮쳐 #중국 대기오염 코로나 이전 돌아가 #올겨울 한반도 대기 나빠질 듯

20일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4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나쁨’(36~75㎍/㎥)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의 초미세먼지가 하루 평균 ‘나쁨’으로 올라간 건 지난 7월 이후 110일 만이다. 경기와 인천, 대구, 대전, 세종, 충청, 전북 등도 ‘나쁨’ 수준의 고농도를 보였다.

21일에도 수도권과 충청권은 오전에 일시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나머지 지역은 ‘보통’에서 ‘좋음’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이번 주말까지 미세먼지 농도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전날부터 20일 오전까지 국외의 미세먼지가 유입돼 국내에 영향을 줬고, 대기 정체로 인해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축적되면서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는 오후부터 점차 해소되기 시작해 21일 오후에는 보통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에서 황사까지 발원했다. 기상청은 이날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에서 발원한 황사가 21∼22일 국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보했다. 황사는 21일 오후 9시쯤 백령도로 유입돼 22일 새벽부터 중부지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황사가 겹치면 미세먼지 농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19와 기상 조건의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면서 맑은 하늘을 보는 날이 많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4㎍/㎥으로, 극심한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했던 전년 겨울(33㎍/㎥)에 비해 9㎍/㎥이나 줄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중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크게 줄어든 게 국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춘 주요인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이 진정되면서 공장 등의 가동이 시작됐고,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역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중국의 이산화질소(NO2) 배출량은 코로나19 이후 전년 대비 40% 가까이 떨어졌다가 여름철부터 다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이산화질소는 미세먼지를 만드는 대기오염물질 중 하나인데, 초미세먼지(PM2.5)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정헌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중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지난해처럼 바람이 우호적으로 불어주지 않으면 올겨울에 미세먼지가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 역시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균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이번 고농도 사례의 경우 국외 유입도 있었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오염물질로 인해 농도가 올라갔다가 대기 확산에 의해 풀렸다”며 “계절관리제 등을 통해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저감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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