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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감사원의 정권교체기 감사들

중앙일보

입력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감사원은 직무와 관련해 독립을 보장받는 헌법기관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기 정치적 논란을 부른 일이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였다. 감사원은 22조원이 투입된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인 4대강 사업을 네 차례 들여다 봤다. 그 결과는 매번 달랐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감사원은 20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과 직결되는 월성1호기 원전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뉴시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감사원은 20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과 직결되는 월성1호기 원전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뉴시스

첫 번째 감사는 사업 초기인 2010년에 이뤄졌다. 당시 감사원은 퇴적토의 과다 준설 등 일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사업 전반에 대해서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 결과는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근거로 활용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5월에 실시된 2차 감사에서는 보의 내구성과 수문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수질 관리도 잘못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1월 시작된 3차 감사에서 감사원은 들러리 입찰 5건과 가격담합 입찰 13건을 밝혀냈다. 또 4대강이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었다는 결론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보 개방과 함께 4대강 사업에 대한 네 번째 감사를 지시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 효과가 미미한 사업이었고, 사실상의 운하 개발 사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판정했다.

감사 결과대로라면 아무 문제가 없던 사업(1차)이던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 사업(2차)이 됐다가 한반도 대운하의 사전단계(3차)로 바뀌고, 알고 보니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졸속 운하 개발 사업(4차)이었던 것으로 변화된 셈이다.

영주댐의 물이 초록색으로 변해 있다. 내성천 보존회 제공

영주댐의 물이 초록색으로 변해 있다. 내성천 보존회 제공

감사원은 정부 교체기나 새 정부 출범 직후 전 정부의 핵심 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여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는 전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감사가 실시됐다.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석유ㆍ가스의 자주 개발률이 증가했다”며 성과를 거둔 사업으로 결론 내렸던 사안이다. 그러나 2015년 감사에서는 “사업의 목적인 자원 확보는 미미하다”며 이명박 정부의 자체 평가를 뒤집었다. 당시 감사원은 특히 “추가 투자비 상당액을 부채로 충당할 수밖에 없어 종국에는 국민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시한 종료를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출석과 특위의 기간연장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펼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시한 종료를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출석과 특위의 기간연장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는 지방교부세 특감(特監)을 했다. 사실상 교부금 25억원이 배정된 봉하마을을 타깃이 돼 ‘봉하마을 특감’이라고도 불렸다. 곧이어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의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감사가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남북협력기금에는 고도의 통치 행위 성격이 있다”는 이유로 손대지 않았던 사안이었다.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에 벌인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감사는 부실 논란을 빚었다. 당시 감사원은 “현대상선이 북한으로 송금한 수표 26장에 배서한 6명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특별검사 수사 과정에서 6명 중 한명이 외환은행 직원이라는 점이 확인되자 “외환은행 직원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며 말을 바꾸기도 했다.

20일 발표된 월성 원자력 발전소 1호기의 조기 폐쇄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업인 ‘탈(脫) 원전 정책’의 정당성과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관심도 크고 중요한 사항인 만큼 정권이 바뀌더라도 누가 감사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게 충실하게 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1일 국회가 의뢰한 이후 감사는 1년 넘게 이어졌다. 국회가 감사를 청구한 사건 중 역대 최장 기록이다. 6일간 감사 보고서를 심의했던 것 역시 유례없는 일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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