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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로착오 어선, NLL 넘기까지 해경 손놓고 군 늑장대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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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7일 한국 어선이 항로 착오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을 때 해경은 막지 않았고, 해군은 뒷북 조치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2일 서해 NLL 인근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발견돼 피살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공무원 총격 피살이라는 초유의 일을 겪고도 군경은 긴장이 풀려 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해군, 첫 포착 후 11분 지나 조치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파악 안돼

1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낮 12시45분쯤 해군 레이더에 서해 우도 서남쪽 6.5㎞ 해상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선박이 최초로 잡혔다. 어선 위치발신장치(V-PASS)엔 이 선박이 경기도 김포 선적의 광성3호로 나타났다. 당시 이 배는 서해 조업한계선(NLL 남쪽 18.5㎞ 해상)을 이미 넘어간 상태였다. 어선이 조업한계선을 넘으면 해경이 이를 막거나 군에 즉각 공조 요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군은 당시 해경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경이 1차 차단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군의 대응 역시 뒤늦었다. 군은 낮 12시54분 다른 레이더로 광성3호를 다시 포착한 뒤 12시56분부터 이 배를 50여 차례 이상 호출해 돌아오라고 지시했다. 군이 광성3호를 최초 포착한 지 11분 만에 이뤄진 조치다.

결국 광성3호는 군의 지시에 반응하지 않다가 오후 1시쯤 NLL을 넘어가 10분가량 북한 해역에 머문 뒤 다시 NLL 남쪽으로 내려왔다. 해경 조사 결과 어물 운반선인 이 배엔 베트남 국적 선원 2명과 중국 국적 선원 1명 등 모두 3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무전기를 꺼둔 상태였고 항로 착오로 NLL을 넘어갔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광성3호가 복귀한 이후인 당일 오후 국제상선망을 통해 ‘우리 어선이 항로 착오로 NLL을 넘었다가 바로 남하했다’는 내용을 북한에 알렸다. 이날 해군 고속정도 긴급 출동하고, 어선에 월북을 경고하는 무전도 있었지만 북한 쪽에서 특이 동향은 없었다고 합참은 밝혔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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