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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대출 다 막아놓고…국토부 산하기관은 LTV 무시 사내 대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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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토교통부 산하의 한국감정원 직원들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사내 주택자금을 대출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원 1인 최대 1억4000만원 #개인 집담보 대출과 별도 특혜

국토교통부는 집값 상승 억제를 위해 LTV 규제를 강화했는데 산하 기관이 역행한 셈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은 사내 내규 ‘주택구입자금 관리요강’에 따라 직원 1인당 최대 1억4000만원의 주택구입자금을 이자율 연 2.7% 고정금리로 대출해 준다. 거치기간 3년을 포함해 재직기간 15년 동안 분할상환 가능한 구조다.

감정원의 주택구입자금대출은 보증보험 가입 시에 LTV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서울의 9억원 아파트를 산다고 했을 때 일반 국민은 LTV 40%를 적용받아 3억6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지만 감정원 직원은 여기에 사내 자금을 더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 사실상 LTV가 15%포인트 더 높아지는 효과라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감정원은 2015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총 49명에게 57억6200만원을 주택구입자금으로 대출해 줬다. 재원은 사내복지기금을 활용했다.

1인당 최대 대출 액수도 한국도로공사 7500만원, 토지주택공사 5000만원, 교통안전공단 3000만원, 건설관리공사 2000만원 등 다른 국토부 소관 공공기관에 비해 높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잡아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목적으로 2017년부터 꾸준히 LTV를 강화하고 있다. 2017년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과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LTV를 40%로 제한했으며 경기·인천 등 수도권 조정 대상 지역의 LTV는 70%에서 60%로 강화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9억 이상 아파트의 9억원 초과분의 경우 LTV를 20%로 제한했다.

박상혁 의원은 “사내 대출이 LTV 규제를 받지 않는 점을 활용해 국토부 산하기관 직원들이 특혜를 누리고 있으며 이는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1억원 안팎의 자금이 모자라 내 집 마련의 꿈을 접는 서민이 부지기수인데 정부 정책과 반하는 한국감정원의 이러한 사내 내규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감정원 관계자는 “근저당 설정뿐만 아니라 보증보험 가입 시에도 LTV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가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감정원은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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