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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피해자 눈물 닦아달라"...지휘권 발동 30분만에 일단 수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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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9일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9일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 사건을 수사지휘·감독하지 말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30분 만에 "일단 수용" 입장을 내놨다. 수용을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친정부 인사가 후임 검찰총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19일 오후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금일 법무부 조치에 의해 총장은 더 이상 라임 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며 수용 입장을 밝혔다. 윤 총장의 입장은 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한 지 31분만인 이날 오후 6시 37분 공개됐다.  윤 총장은 “검찰의 책무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며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에 대한 당부도 넣었다.

가족 수사는 애초부터 보고 안 받아

윤 총장은 대변인실에 입장을 전달한 직후 퇴근했다고 한다. 아내, 장모 등 가족 사건을 지휘·감독하지 말라는 수사지휘권에 대한 입장은 별도로 내놓지 않았다. 수사 초기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있지 않았던 상태였기 때문에 별도의 수용 입장을 밝히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사지휘권 수용에 대해 부연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한 검찰 간부는" 윤 총장이 추 장관 부임 이후 채널A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 인사 시 총장 배제 등 전례 없는 일들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대꾸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검찰이 생긴 이래 지난 70년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최대한 발동이 자제되던 수사지휘권이 추 장관 부임 이후 1년도 채 안 돼 2번이나 발동됐다. 윤 총장이 기본적인 책무를 지키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로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로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수사지휘권 발동 어느 정도 예상 

대검 참모들에 따르면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예상했다고 한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불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16일 일부 언론을 통해 "야권 정치인 및 검사 비위 의혹 등을 검찰에 진술했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 직후 추 장관의 지시에 따라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이 김 전 회장을 대면 조사했다. 법무부가 지난 18일 "(김 전 회장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발표하자 검찰 내부에서도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려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윤 총장이 이날은 수사지휘권 수용 입장을 밝혔지만 반격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22일로 예정된 대검 국감에서 윤 총장이 의견 표명을 할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적절한 시기에 사표를 내거나 추 장관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날 법무부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윤) 총장이 야권 정치인 보고를 받고도 사건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 일부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힌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총장은 지난 18일 법무부가 "수사를 미진하게 지휘한 의혹이 있다"고 발표하자 "중상모략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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