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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8895건…'민원왕' '고소왕' 30대 남성 구속

중앙일보

입력

국민신문고 홈페이지 화면 캡처

국민신문고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웃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행정기관에 수천 건의 민원을 제기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은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해 정신적 위협을 받았다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고소하고,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 갖가지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고 다양한 사람을 고소·고발했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무고, 업무방해, 상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상해 8건, 무고 17건, 업무방해 10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13건, 정보통신망법 위반 68건 등 모두 116건이다. 피해자는 26명에 달한다.

그는 지난 2017년 자신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체포한 경찰관 5명을 상대로 11차례에 걸쳐 허위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부산시·구청·경찰서 등 행정기관에 8895건의 악성 민원과 고소를 상습 제기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사소한 문제로 욕설하고, 이에 반발하는 상대방을 상습적으로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A씨는 ▶주민이 담배를 피운다고 소리를 지르고 ▶반려견 목줄을 안 했다고 고발하는 등 분쟁을 일삼았다. 이로 인해 말다툼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 모욕이나 폭행으로 이웃을 신고했다.

결국 참다못한 주민들은 지난 7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은 “지난 7월 이 아파트 주민 227명이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있다”며 “아파트 주민 65%가 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여서 A씨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같고, A씨 때문에 이사를 한 주민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행정기관을 상대로 끊임없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역시 ▶버스가 정류소를 약간 벗어나 정차했다 ▶폐건전지 수거함에 휴지가 들어있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였다. 민원 접수 과정에서 행정기관의 실수가 생기면 바로 고소 절차를 밟았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행정기관들이 무분별한 민원 제기로 행정력 낭비가 엄청나다고 피해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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