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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겠다고 분양가 낮췄더니 2배 뛰어…“로또 청약 현실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심사제도가 ‘로또 청약’ 과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분양가를 일시적으로 낮췄지만 이후 급상승해 본래의 취지에 어긋났다는 통계가 제시됐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가 고분양가 심사를 받아 분양가를 낮춘 219개 단지 가운데 준공이 완료된 8개 단지의 시세를 조회한 결과 해당 단지 모두 분양가 대비 2배 정도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고분양가 아파트 시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서울 고분양가 아파트 시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 중 서울 보라매 SK VIEW는 2017년 5월 당시 3.3㎡(1평)당 분양가가 1946만원이었으나 현재 시세는 4171만원으로 조사됐다. 분양가의 2.1배 수준이다. 준공된 8개 단지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낮은 아파트는 방배 아트자이였다. 이마저도 평당 3798만원에서 6007만원으로 1.6배 올랐다.

정부는 주택시장 과열에 따른 고분양가 확산 차단과 HUG의 보증리스크 관리를 위해 2016년 8월 서울 강남ㆍ서초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19개 단지의 분양가를 관리해왔다. 현행법상 선분양을 위해서는 분양보증이 필수적인데, 이를 HUG가 독점해오며 분양보증서 발급 과정에서 사실상 분양가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제도에 대해서는 시행 초기부터 ‘로또 청약’이 될 것이란 문제제기가 있었다. 무주택자가 낮은 가격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겠지만 낮은 분양가로 인해 당첨만 되면 몇억원의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로또’라는 생각에 수많은 청약통장이 몰리고, 결국 주변 시세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었다.

김회재 의원은 “지난 7월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서울 25개 구 중 18개 구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데 이 또한 로또 청약 우려가 있다”며 청약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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