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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30층 이상 고층건물 37개동 가연성 외장재…“교체 시급”

중앙일보

입력

화재가 난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뉴스1

화재가 난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뉴스1

최근 울산 남구 주상복합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가연성 외장재의 위험성이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부산지역 고층건물 상당수에도 여전히 가연성 외장재가 사용 중이어서 교체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 부산시 상대 국감 #조오섭 의원 “고층건물 외장재 교체 시급” #2012년 건축법 개정 이전 지어져 교체안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광주광역시 북구갑) 의원은 13일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고층 건물 벽면의 가연성 외장재 교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30층 이상 부산지역 고층건물은 555개 동에 이른다. 이중 해운대구에 131개 동이, 남구에 72개 동이 몰려있다. 부산은 특히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44개 동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층건물 555개 동 가운데 227개 동은 2012년 3월 개정 건축법 시행 이전에 지어졌고, 이 227개 동 가운데 16%인 37개 동이 여전히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37개 동은 개정 건축법 시행 이전에 지어져 외벽 마감재로 불연성 외장재를 사용하도록 규정한 개정 건축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화재 후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송봉근 기자

화재 후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송봉근 기자

 조 의원은 “지난 8일 울산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한 고층건물도 2009년 지어져 개정된 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며 “가연성 외장재의 점검과 불연성 외장재로 신속한 교체를 위한 관계부처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불이 난 울산 주상복합아파트는 섭씨 240도에서 불에 잘 타는 ‘폴리에틸렌(PE)’을 단열재로 사용하는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시공됐다. 여기에 외장재 부착을 위해 본드를 사용했고, 불에 타면서 벽과 외장재를 연결하는 틈 사이에 공기층까지 만들어져 불길을 키웠다는 게 조 의원의 설명이다. 소방청도 화재 당시 “건물 외벽이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시공돼 있어 패널 속에 숨어 있던 불씨가 간헐적으로 불특정 층에서 되살아나 불길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부산에서는 2010년 10월 1일 해운대 마린시티에 있는 우신골든스위트에서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4층 미화원 작업실에서 전기 스파크로 일어난 불이 건물 외벽을 타고 위로 번지면서 38층 건물 외벽을 일부를 태웠다. 이 역시 가연성인 외벽 치장재인 알루미늄 패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오섭 국회의원.

조오섭 국회의원.

 조 의원에 따르면 부산에선 지난 10년간 고층건물에서 총 278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38.9%(108건)는 최근 3년새 발생했다. 조 의원은 “부산에는 고층건물 화재에 대비해 전국에 10대밖에 없는 70m 고가사다리차가 있지만, 울산 화재 때처럼 강풍이 불면 고가사다리차가 흔들려 효용성이 떨어진다”며 가연성 외장재 교체 시급성을 주장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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