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예능프로그램 '가짜사나이'에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는 이근(36) 전 예비역 대위가 자신의 성추행 유죄 판결 전력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전 대위는 "당시 CCTV가 있었고, 제가 추행하지 않은 증거가 나왔었다"며 "양심에 비추어 더없이 억울한 심정이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중앙일보는 이 전 대위의 성추행 판결문을 확보해 그의 주장과 비교해봤다.
이근 "양심상 억울, 인정할 수 없다"
이근 성추행 판결문을 보니
이 전 대위는 2017년 11월 새벽 1시 53쯤 강남의 한 클럽에서 20대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잡아 추행한 혐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로 2018년 11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쳐 2019년 11월 확정됐다.
판결문에는 이 전 대위가 억울하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우며, 해당 사실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적시하기 어려운 세부 사항을 언급하고 있으며 다른 증거와 모순되지도 않는다"고 적혀있다.
피해자 "뭐하는 짓이냐"
피해자는 클럽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 전 대위의 손이 자신의 허리에서부터 내려와 엉덩이를 움켜잡았다며, 이 전 대위의 손을 낚아챈 다음 "'뭐하는 짓이냐'고 따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전 대위는 "오직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단 하나의 증거가 되어 판결이 이뤄졌다"고 했지만 판결문엔 목격자들의 증언과 CCTV 영상 CD도 증거 목록으로 기재돼있다.
법조계에선 오히려 이 전 대위가 혐의에 비해 낮은 형량(벌금 200만원)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 전 대위가 공중밀집장소추행이 아닌 강제추행으로 기소됐다면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도 있었던 사안"이라 말했다. 이 변호사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경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죄가 적용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나왔다"고 했다. 이 전 대위가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형량이 올라갈 수도 있었다는 취지다.
강제추행죄 적용됐다면
이 전 대위에게 적용됐던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죄 형량은 징역 1년 이하, 벌금 300만원 이하다. 반면 강제추행죄의 형량은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로, 두 혐의간에 큰 차이가 있다. 검찰에선 클럽 내 기습추행의 경우 성범죄 엄벌 추세에 따라 강제추행죄를 적용하는 경우가 늘고있다.
재판기록을 보면 이 전 대위는 1심부터 통역인을 요청하는 등 강력히 무죄를 주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전 대위의 변호를 맡았던 한 변호사는 "영어를 섞어쓰던 남성이 무죄를 주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