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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앞서도 '2016년 악몽에 몸서리'…지지층 결집하는 美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0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자인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2020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자인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2016년 11월 8일.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건 정치 신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였다. 당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예측한 여론조사 결과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6곳의 주요 경합 주에서 모두 이겼다.

트럼프 "4년 전에도 여론조사는 이랬지" #바이든 캠프, 4년전 떠올리며 지지층 결집 #WP "무당파층 대거 마음 정했다" #트럼프 확진에도 '동정론' 안 보여

공화당 지지자에게는 짜릿한 순간이었지만 민주당 지지자에는 악몽의 순간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이 마냥 웃지만은 못하는 이유다.

"4년 전에도 여론조사는 민주당이 유리했지" 

트럼프 대통령도 '4년 전'을 떠올리며 패색이 짙어지는 분위기의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2016년 ABC-WP의 여론조사 결과는 완전히 재앙이었다"라며 언론이 숫자를 바꾸는 등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를 혐오하는 이들은 그때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금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우린 2016년보다 큰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날은 워싱턴포스트(WP)·ABC가 주관한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54%)가 트럼프 대통령(42%)을 12%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결과가 발표된 날이다.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 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적색 등이 켜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속속 나왔다. 같은 날 발표된 오하이오주의 볼드윈월레스 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내 핵심 3개 경합 주에서 모두 바이든이 우세했다. 미시간에서는 7%포인트, 펜실베이니아주에선 5%포인트, 위스콘신주에서는 6.7%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다.

폭스뉴스는 이날 플로리다 고령층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해당 조사는 노스플로리다 대학 여론조사 연구소가 실시해 지난 6일 발표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50%)이 바이든(47%) 후보 대비 고령층에서 앞서고 있으나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얻었던 차이보다는 적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도 4년 전 떠올려…지지층 결집 기대 

2016년10월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왼쪽)가 마지막 대선 토론을 마치고 무대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 힐러리 후보는 트럼프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과는 트럼프 후보의 승리였다. [AFP=연합뉴스]

2016년10월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왼쪽)가 마지막 대선 토론을 마치고 무대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 힐러리 후보는 트럼프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과는 트럼프 후보의 승리였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을 언급하며 여론조사 결과를 불신한다는 내용의 트윗 글을 게재하는 사이 민주당도 4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CNN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혹시나' 하는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지자인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CNN에 "(지금은)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4년 전 받았던 충격 탓에 요즘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 전의 악몽이 민주당 지지층 결집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 고액 정치자금 기부를 담당하는 특별정치활동위원회의 가이 세실 의장은 "2016년의 공포를 좋은 쪽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선거 결과에) 낙관적이기는 하나 끝날 때까지 경계심을 갖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당파층 이미 마음 굳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후보 지지 선언을 한 WP는 10월 들어 굳어진 바이든 우세 분위기는 그동안 마음을 결정하지 않았던 무당파층이 마음을 굳히면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WP는 "최근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2016년에 제3당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49%는 바이든 후보를, 26%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4년 전 무당층 유권자 출구 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4%포인트 앞섰는데 이번엔 바이든 후보가 12%포인트 앞서고 있는 것도 차이"라고 전했다.

공화당 로비스트인 리암 도노반은 지난 2일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안 좋아도 트럼프는 무적이라고 느꼈는데, 이제 그들은 상황을 반전시킬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 감염 사실이 동정 여론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확진됐을 때는 지지율이 뛰어오르며 "보리스를 위해 기도하자(#PrayForBoris)" 해시태그 응원도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해시태그 운동도 없었고 지지율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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