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병원 못지않아요"

중앙일보

입력

오는 10일 결혼하는 박남기(34.서울 성북구 안암동).김희영(28)씨 커플은 지난달 21일 보건소에서 무료 건강검진을 받았다.

박씨는 "검사항목에 간염.에이즈.매독과 풍진(여).혈우병(남).흉부 X선 등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며 "종합병원에서 실시하는 ''예비 신혼부부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1인당 10여만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의약분업 이후 보건소를 찾는 환자가 늘면서 보건소들이 첨단 진료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서비스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랑방 병원''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첨단 진료=서울 동작구보건소는 최근 의학영상 정보 시스템(PACS)을 들여놨다. PACS는 X선.자기공명영상(MRI)장치 등 의료장비로 촬영한 영상을 컴퓨터에 저장해 네트워크를 통해 볼 수 있는 첨단 진료시스템.

필름으로 현상해 옮길 필요가 없어 컴퓨터를 통해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이나 진단방사선 전문병원과 원격 진료 협조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보건소 황귀녀 검진팀장은 "닷새 걸리던 X선 판독을 즉시 할 수 있어 진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성동구보건소는 요통을 앓는 주민들을 위해 허리 근력을 강화해 주는 ''요부 근력 측정 및 단련기''를, 경기도 포천군보건소 내촌지소는 치아의 손상 여부를 보여주는 구강 촬영장비를 마련했다.

혈액으로 고지혈증 등 26개 질병 유무를 가려내는 생화학분석기와 기형아 검사기 등 첨단 장비도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진료 특성화=서울 성북구보건소는 1999년부터 매년 주민들을 대상으로 고혈압 검사를 해 환자로 판명되면 별도 관리하며 수시로 혈압을 체크한다. 지난해에는 구내 30개 동사무소 전체에 자동 혈압계를 설치하고 고혈압 정보를 상세히 담은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서초구보건소가 지난해 4월부터 40대 이상 주민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홈닥터 치과''는 연회비 2만원만 내면 스케일링과 충치 치료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현재 회원은 5백여명.

''장애인 도우미''도 있다. 광진구보건소에선 소아과전문의와 음악치료사 등이 장애아 30여명을 대상으로 ''한마음교실''을, 노원구보건소도 장애인 5백여명을 위한 건강상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색 서비스=마포구보건소는 지역 한의사회의 협조를 얻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한의원에서 무료로 침.뜸 등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무료진료권을 발급하고 있다. 성동구보건소는 한양대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의사 30여명으로 자원봉사단을 구성해 전화와 인터넷으로 건강상담을 한다.

경기도 안산시의 경우 홈페이지(http://health.iansan.net)에 건강 상담을 하고 피임기구 구입도 할 수 있는 ''사이버 헬스 센터''를 운영한다. 인천 남동구보건소와 서울 강동.동대문.노원구보건소 등은 금연교실을 열거나 금연침을 무료로 시술해줘 ''금연 결심족''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밖에 양천구와 강북구 보건소가 내놓은 ''체력 측정 맞춤 운동''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