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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대학 합격 핑계, 585명에 상납받은 中 지방 관리 '덜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들의 대학 합격을 이유로 관리와 상인 등 무려 585명으로부터 상납을 받은 한 중국 관리가 붙잡혔다고 중국 신경보(新京報)가 5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가 지난 4일 밝힌 조사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중국 윈난성 펑칭현 농업농촌국장 양위파 #아들 대학 합격 축하 명목으로 축의금 #현 관리 등 585명에 약 30만 위안 받아 #돈 건넨 일부 "뭘 이런 걸 따지냐" 항의

중국 윈난성 펑칭현의 농업농촌국 국장인 양위파는 아들의 대학 합격 이후 축의금 명목으로 585명으로부터 약 30만 위안(약 5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붙잡혔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중국 윈난성 펑칭현의 농업농촌국 국장인 양위파는 아들의 대학 합격 이후 축의금 명목으로 585명으로부터 약 30만 위안(약 5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붙잡혔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신경보에 따르면 뇌물 수수의 주인공은 중국 윈난(云南)성 린창(臨滄)시 펑칭(鳳慶)현의 농업농촌국장인 양위파(楊語發)다. 양위파가 국장에 오른 건 지난해 8월 28일로, 취임하자마자 아들의 대학 합격 축하 명목으로 상납을 받기 시작했다.

양은 말단 향장(鄕長)에서 시작해 현의 위생국과 환경보호국, 주택건설국 등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아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가 농업농촌국 국장으로 발령받자 많은 축하 인사가 이어졌는데 이때 당규에 어긋나는 ‘훙바오(紅包, 축의금)’도 함께 전해진 것이다.

고위급 부패 사범 척결을 가리키는 ‘호랑이 때려잡기(打虎)’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차관급 이상 고위 관료 15명을 부패 혐의로 처벌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고위급 부패 사범 척결을 가리키는 ‘호랑이 때려잡기(打虎)’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차관급 이상 고위 관료 15명을 부패 혐의로 처벌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축의금 수수는 시진핑(習近平)이 당 총서기가 된 뒤 2012년 12월 발표한 공산당원이 지켜야 할 ‘8항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처벌 대상이다. 한데 펑칭현 기율검사위가 사건을 조사하면서 놀란 건 액수보다도 '훙바오'를 건넨 사람 수가 특히 많았다는 데 있었다.

양위파의 축의금 접수 장부를 보니 처장급 간부가 11명으로, 현에 있는 전체 처장의 4분의 1에 해당했다. 이들은 약 1000위안(약 17만 2000원)씩을 냈다. 또 과장급 간부는 125명으로, 현 전체 과장급 간부의 8분의 1에 달하는 숫자였다. 이들은 약 600위안씩 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관료사회의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사치풍조를 뿌리뽑기 위해 당 총서기 취임 이후인 2012년 12월 초 ‘8항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관료사회의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사치풍조를 뿌리뽑기 위해 당 총서기 취임 이후인 2012년 12월 초 ‘8항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양위파가 수장인 농업농촌국에서 77명을 비롯해 다른 부서의 공무원 338명이 나름대로 성의 표시를 했다. 상인 34명은 모두 3만 7600위안을 모아서 줬다. 이렇게 585명으로부터 받은 돈이 약 30만 위안(약 5200만원)에 달했다.

신경보에 따르면 펑칭현 기율검사위원회는 이번 사안을 조사하면서 많은 이들이 "관례에 따라 인정상 준 걸 갖고 무얼 그리 따지느냐"는 식으로 반응해 또 놀랐다고 한다. 심지어 조사반원에 대해 냉소적인 입장을 보인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펑칭현 기율검사위원회는 585명으로부터 상납을 받은 양위파를 조사하다가 많은 이들로부터 인정상 준 걸 갖고 뭘 그러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와 놀랐다고 밝혔다. [중국 저장일보망 캡처]

중국 공산당 펑칭현 기율검사위원회는 585명으로부터 상납을 받은 양위파를 조사하다가 많은 이들로부터 인정상 준 걸 갖고 뭘 그러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와 놀랐다고 밝혔다. [중국 저장일보망 캡처]

이번 사건은 시 주석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뿌리를 뽑기 쉽지 않은 중국 관료사회 부패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축의금을 주자니 8항 규정 위반이고 안 주자니 맨날 얼굴 보는 사이에 사람 사는 게 그런 게 아닌 것 같아 주고 말았다”는 게 한 처장의 말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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