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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낙수효과는 마술 이론, 시장경제 실패해"

중앙일보

입력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 이탈리아 가톨릭 성지 아시시를 찾아 기도를 올리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 이탈리아 가톨릭 성지 아시시를 찾아 기도를 올리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시장경제만으로는 충분한 사회적 편익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걸 증명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4일(현지시간)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신규 회칙 ‘모든 형제’(Fratelli Tutii)에서 이처럼 밝혔다. 회칙은 로마 교황이 전 세계의 주교에게 보내는 칙서로, ‘모든 형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세 번째 회칙이다. 전날 교황은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주의 가톨릭 성지 아시시를 찾아 이 회칙에 서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회칙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시장의 자유가 모든 것을 안전하게 지키기에 충분하다고 믿게 하려 했었던 이들이 있었다”면서 “(이들은) ‘스필오버’나 ‘낙수효과’ 같은 마술 이론만이 사회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경제정책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지 일자리를 줄이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07~2008년 금융 위기가 “언제나 아무 탈 없이 탈출할 방법을 찾는 권력자들의 자유만 늘렸다”라고도 꼬집었다. 그는 “사유재산권은 부수적인 자연권 중 하나로만 여겨져야 한다”면서 “한 사람이 존엄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부족하다면, 다른 한 사람이 그걸 붙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부유한 이들을 향해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베풀라”고, 강대국들을 향해서는 가난한 국가들과 부를 나눠야 할 의무가 있다고도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저열하고 이기적인 정서에 기대 인기를 좇는 정치인들”이 전 세계에 있다며 이들이 “다른 나라를 향한 증오와 공포”를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구체적인 국가나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회칙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핵무기와 사형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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