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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자가 본 한국 성문화]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 처음 왔을 땐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을 때의 일이다.

"한국에서는 일자리에 아내를 동반하는 일은 없어요. 혹시 사업상 술을 마셔야 할 때는 술을 따라주는 예쁜 젊은 여자가 있는 룸살롱에 가죠."

한 남학생이 당당하게 하는 말에 굉장히 놀랐다. 그 남학생뿐 아니라 많은 한국 남자들은 자신이 룸살롱이나 안마시술소에 갔다온 경험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곤 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그런 경험을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남자를 본 적이 없다. 서양에선 사회적 실패자나 노인.성도착자들만 그런 곳에 간다고 여긴다.

게다가 동양인들은 성에 대해 훨씬 보수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터라 한국 남성들의 이런 태도는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후 한국 남성들의 개방된 성의식이 여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또 한번 놀라야 했다.

"저는 집에 저녁 6시까지 귀가해야 해요. 아버지가 엄하시거든요"라고 말하던 여자가 "물론 저보다 어린 남동생은 새벽에 귀가해도 괜찮지만요"라는 게 아닌가.

한국의 여성들은 남성들과 정반대다. 자신의 성경험에 대해 얘기하기를 꺼리는 것은 물론이고 피임.에이즈.성병.성폭력에 대해서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동성 사이에서도 성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매우 다르다.

자유분방한 연애를 하고 진보적인 여성관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남녀간의 차이를 강조하는 전통적 여성관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한국의 고속 성장이 전통과 현대의 혼5재를 빚은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 한가지 놀란 점은 한국의 여성들이 자신들의 몸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많은 여성이 내게 와서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남자나 친척에 대해 누구와 상담해야 할 지를 묻는다.

또 사후피임약을 어디서 구해야 할 지, 결혼 전에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묻기도 한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한국엔 남녀 사이에 다른 성적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추행이나 강간조차 남성 위주의 한국 사회에선 아주 심각한 범죄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8월 성범죄자 명단 공개 당시 성폭력상담소에서 일하던 나는 성폭력 상담소로 걸려온 남성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려야 했다."여성단체들 때문에 많은 남성이 피해를 보고 있다.

별 것도 아닌 일 때문에 이렇게 남자가 망신을 당해야 하느냐"는 당당한 남성들의 태도에 매우 놀랐다. 내가 자란 뉴질랜드에서는 성폭력은 살인보다 더 심각한 범죄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한국 생활 3년째인 내가 느끼는 성문제의 시급한 해결책은 성에 대한 열린 교육이다.

뉴질랜드에서는 11세.12세 정도면 구체적인 성교육을 받는다. 만화책이나 영화를 통해 실제적인 성관계 장면을 알려주고 피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게다가 1990년대 에이즈에 대한 공포는 안전한 섹스와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인식을 일반화시켰다.

최근 한국에선 10대들의 성문제가 마치 '터지기 직전의 폭약과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모든 거리에서 성을 사고 팔 수 있다. TV에서는 자동차 광고부터 라면 광고까지 성적 이미지가 동원된다.

10대들에게 성병과 성희롱.성학대가 만연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10대들의 성문제는 더욱 나빠질 것이다.

니콜라 존스 <30.뉴질랜드인.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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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가 본 한국인의 이상한 성풍속도 ***

1.남자와 여자 사이에 다른 성규범
- 여자은 저녁 6시 귀가, 남자는 안들어와도 그만.
여자는 룸살롱 출입 안되고 남자들은 당연히 가야 하고.

2.처녀막 재생 수술
-여자들에게 혼전 성관계가 숨겨야 할 비밀?

3.성폭력.성추행에 대한 가벼운 처벌
-강간범에게 선고되는 형량은 고작 징역 5년. 살인죄보다 더한 범죄 아닌가.

4.원조교제
-10대들의 성을 사는 남자들이 늘어만 간다.

5.아줌마.아저씨들의 묻지마 관광버스
-결혼 전 남녀 교제가 많지 않아서인가 ?

6.피임법을 모르는 여자들
-자신의 몸이나 피임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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