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82세…8년째 병원서 자원봉사 화제

중앙일보

입력

"손을 쓸 수 있는 날까지 환자들을 도울 거예요."

올해 82세인 유난주(柳蘭柱.서울 양천구 목동)할머니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의 8년째 손님이자 식구다. 1993년 병원이 문을 열면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뒤부터 고정 봉사멤버가 됐다.

처음 병원측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한다. 너무 연로해 봉사활동이 무리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머니의 뜻을 꺾지 못했고, 柳할머니는 병원 3층 중앙공급실에서 붕대.모포.거즈를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활동이 지금까지 자그마치 4천2백36시간.

병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집에서 병원까지 걸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柳할머니는 6.25때 남편과 사별했다. 그후 봇짐장수.소금장수.산파(조산원) 등 힘든 일을 하면서 세 아들을 모두 공무원으로 길렀다.

58년 겨울 봇짐을 지고 고향인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 사직리 언덕을 넘다 미끄러져 다쳐 아직도 허리가 아프지만 할머니는 이런 생각을 한다.

"가진 것 하나 없던 내가 세 아들을 훌륭히 키워낼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이 도와줬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받아왔던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고 싶어 죽을 때까지 봉사를 하는 거야."

柳할머니는 지난 12일 양천구청에 의해 우수자원봉사자로 선정됐다. 그리고 이날 이대목동병원에서 열린 2001년 자원봉사자 송년 간담회에서 자원봉사 특별상을 받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