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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대사 부를까 말까…코로나로 난감해진 외통위 국감

중앙일보

입력

“부르자니 그렇고, 안 부르자니 또 그렇고….”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재외공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둔 외통위의 상황을 이 같은 ‘딜레마’로 요약했다.

앞서 외통위 여야 간사인 김영호(더불어민주당)·김석기(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재외공관에 대한 현지 국감을 화상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에 “결국 호텔에 격리돼 시간만 낭비할 것”(민주당 중진 의원)이란 현실적 이유를 감안한 조처다. 외통위가 해외 국감 일정을 포기한 건 1988년 국감 부활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외통위는 매년 미주(아메리카)·아주(아시아)·구주(유럽)반으로 나눠 해외 현지 국감을 진행해 왔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오른쪽부터)과 여야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오른쪽부터)과 여야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다만 여야 간사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 4개국의 경우 예외적으로 주재국 대사 등을 일시 귀국시켜 국회에서 국감을 진행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당초 미·중·일·러 주재 공관에 한해 현지 국감을 하자는 국민의힘 주장과 각국 입국 절차 등의 문제를 고려해 화상 국감을 실시하자는 민주당 주장이 절충된 결과다. 그러나 민주당 안에서 반대 견해가 나오면서 변수가 생겼다. 21일 열린 외통위 당·정 간담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4개국 대사가 국감 때문에 일시 귀국하면 주요 4개국 외교업무에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고, 일본은 내각이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인데 각국 출입국 절차에 따라 격리 기간까지 포함해 오가는 데 길면 한 달이 걸릴 수 있다”며 “주미대사가 미국 대선 막바지에 귀임하게 되면 관련 정보 파악은 누가 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각국에 큰 현안에 있을 때 현미경 국감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제일 중요한 건 각국 공관의 외교업무 아니겠냐”며 “대사뿐만 아니라 여러 인원이 준비해서 올 텐데 국감으로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간담회에선 외교부 측으로부터 중국을 제외한 미국·일본·러시아의 경우 각국 대사가 국감을 위해 귀국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가 있었다. 이에 한 참석자는 “긴즈버그 대법관 사망 등으로 미국 국내 상황도 복잡한데 우리 국익과 관련한 핵심국인 미국에서 선뜻 올 수 있다고 하니 의아했다”고 말했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도 “야당 제안을 수용하긴 했지만, 특수한 상황인 만큼 국회 요청에 부담을 갖지 말고 철저히 국익에 따라 판단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도 “국감 참석으로 만약 어떤 문제가 생기면 외교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회의 직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방역기준으로 따지면 중국-일본-러시아-미국 순으로 까다롭다고 한다”며 “각국 공관에서 입장을 정리해 회신을 주기로 했다. 24일 외통위에서 정리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미국·중국·일본의 경우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국감이 더욱 중요하다”(김기현 의원)고 맞서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외통위에서 “미국의 다급한 일이 있어서 국정감사를 적당히 하자는 건 안 된다. 방역이란 절차를 존중하되, 예외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한 외통위원도 “사실 화상 국감을 하면 질의도 자연스럽지 않고, 시차 문제도 있어 형식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공관장이 자리를 뜨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창조적인 방법을 (국회가)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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