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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독극물 '노비촉' 묻은 내옷 돌려달라" 러 당국에 요구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19일(현지시간) SNS에 독일 샤리테 병원 계단을 자력으로 내려오는 사진을 올리면서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독극물 중독 의심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18일 만에 깨어났다. 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19일(현지시간) SNS에 독일 샤리테 병원 계단을 자력으로 내려오는 사진을 올리면서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독극물 중독 의심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18일 만에 깨어났다. 인스타그램 캡처

독극물 중독 증세로 독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반(反)푸틴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가 자신이 시베리아 지역 병원에 입원할 당시 입고 있던 옷을 돌려 달라고 자국 당국에 요구했다. 자신이 중독된 것으로 알려진 독극물 '노비촉'이 묻어 있을 수 있어 증거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다.

21일(현지시간)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나의 지금 관심사는 독극물에 중독된 날인 지난달 20일 입고 있던 옷"이라면서 "(러시아 수사당국에 할당된) 30일간의 사전 조사 기간이 이 중요한 증거를 숨기는 데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당국이) 나를 독일로 보내기 전 내 옷을 모두 벗겨갔고 나는 벌거벗은 상태로 (독일로) 보내졌다"면서 "내 몸에서 노비촉이 발견됐고 접촉 감염이 유력하다는 점에서 옷은 매우 중요한 물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당국을 향해 "내 옷을 비닐봉지에 포장해 돌려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초 시베리아 도시 옴스크 병원에 입원했던 나발니는 이틀 뒤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왔다. 지난 7일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난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5일 인공호흡기를 뗀 사진을, 19일 자력으로 걷는 사진을 올렸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나발니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인공호흡기를 뗀 모습을 SNS에 올렸다. 인스타그램 캡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나발니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인공호흡기를 뗀 모습을 SNS에 올렸다. 인스타그램 캡처

사건 직후 나발니 측은 독극물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처음 그를 치료한 옴스크 병원과 당국은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옷을 돌려달라'는 나발리 요구와 관련해 시베리아 옴스크주 보건부는 "나발니가 처음 입원했던 옴스크 제1응급병원에는 나발니의 옷이 없으며 수사당국이 그것을 수거해 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노비촉은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프랑스와 스웨덴의 연구소도 나발니의 노비촉 중독을 확인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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