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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흠 “당선 뒤 매출 줄어…박원순이 날 눈감아 줬겠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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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당시 가족 명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당시 가족 명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가족 운영 회사의 피감 기관 수주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박덕흠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이 21일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의원은 “당선 전 (회사) 매출과 당선 후 매출을 비교하면 확연히 감소했다”며 “공사 수주에 외압을 행사하거나 청탁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력 실세 자녀들의 불공정이 공정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물타기를 해보려는 여당의 정치 공세”라고 역공을 했다.

박 의원은 국토위원을 지낸 최근 5년간 자신이 대주주이거나, 친형ㆍ아들ㆍ아내가 대표인 건설업체들이 피감 기관에서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은 “국토부 산하기관에서 공사를 수주해 773억 원을 받고, 신기술 공사료 명목으로 371억원을 받았다”며 박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박 의원은 2015년 4월~지난 5월 국토위원이었는데, 특히 20대 국회 후반기에는 야당 간사를 맡았다.

박 의원은 이날 수주 논란에 대해 “제가 의원이 되기 전부터 (가족 회사가) 산하기관과 지자체로부터 꾸준히 수주를 해왔다”며 “오히려 당선 후 매출이 줄어들었고, 특히 국토위 간사로 있을 때 확연히 감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 회사 5곳의 매출액 자료를 공개했다. 당선 전인 2009~2011년 연간 1100억원 이상이었던 업체 매출이, 국토위 간사를 맡았던 2018~2019년 700억원 이하로 줄었다는 내용이다.

신기술 이용료 명목으로 수백억대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가족 회사가 신기술 공법을 사용해 마치 앉아서 이용료만 챙긴 것처럼 보도됐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신기술을 이용한) 공사를 수행하고 공사대금을 지급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이 기간 서울시 산하기관 등에서 400억 원이 넘는 공사를 계약한 데 대해서는 “당시 서울시장은 박원순 시장으로 제 (가족) 회사를 위해 불법을 눈감아주거나 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ㆍ천준호 의원을 거론했다. 박 의원은 “당시 박 시장의 비서실장은 천 의원이었고, 진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며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면, 두 의원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에 배당된 골프장 배임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 의원은 2009년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을 지낼 당시 지인의 골프장을 시세보다 200억 원 비싸게 사들여 조합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고발됐다. 박 의원은 “골프장 투자는 공제조합이 전권을 가지는데, 저는 감독기구인 운영위원장에 불과했다”며 “결정을 하거나 관여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의원 가족 회사의 변호인들도 국회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변호인 측은 “공사 수주는 모두 공개입찰, 혹은 제한경쟁입찰(실적 등을 바탕으로 참가 업체 자격에 제한을 두는 방식)로 이뤄졌다”며 “원하종합건설(박 의원 아들이 대표)을 예로 들면, 1년에 3000여건의 입찰에 참여해 낙찰된 것은 30여건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연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연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박 의원은 당장 사퇴하고, 국민의힘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하라”(최인호 수석대변인)며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야당 내에선 의견이 갈렸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가족 회사의 실적을 이유로 의원직을 내려놓으라는 건 가혹하다”고 했지만, 한 초선 의원은 “불법 여부를 떠나 가족 회사가 피감 기관에서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야당 지도부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홍걸ㆍ윤미향ㆍ이상직 민주당 의원을 향해 한창 공세를 펴는 와중에 당 중진의원 관련 의혹이 불거져서다. 추석을 앞두고 ‘밥상 여론’에 오르는 것도 부담일 수 있다. 한 당 인사는 “박 의원 해명에 일견 공감이 되지만, 국민 정서를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미루는 가운데, 당 관계자는 “내부 조사를 검토 중이다. 최대한 신속하게 판단하겠다”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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