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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여 유튜브, 피해자 영상 공개하며 "박원순이 성추행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친여(親與) 성향의 한 유튜브 채널은 최근 피해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손잡기, 신체적 밀착 등 누가 누구를 성추행하는 것인가”라며 박 전 시장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저 모습이 성 괴롭힘을 당한 사람인가”

친여 성향의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18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 A씨의 영상을 공개했다. [열린공감TV 유튜브 캡처]

친여 성향의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18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 A씨의 영상을 공개했다. [열린공감TV 유튜브 캡처]

 지난 18일 구독자 11만1000명의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단독! 고(故) 박원순 시장 고소인 영상 공개!’라는 제목의 3분짜리 영상을 올렸다. 제작진은 “해당 영상은 A씨와 동료들이 박 전 시장 생일날 시장실에서 촬영한 것”이라며 피해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박 전 시장이 함께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영상에는 해당 인물이 박 전 시장과 함께 손짓하며 생일 행사에 함께 참여한 다른 직원을 부르는 장면도 포함됐다.

 열린공감TV는 박 전 시장과 여성이 함께 케이크를 자르기 위해 빵 칼을 함께 잡은 장면을 확대하며 “누가 누구 손을 포개 잡고 있는가. 이 여성이 고소인이다”며 “굳이 손을 감싸 쥐어야 하는가”라고 했다. 또 “많은 동료가 지켜보는 앞에서 상사 어깨에 손을. 그것도 8급 공무원이 시장에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라며 “과연 저 모습이 4년간 지속적 성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라 볼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누가 누구를 성추행하는 것인가”라고도 쓴 영상은 20일 오후 3시 현재 조회수 39만회를 넘어섰다.

댓글 3000개, “스킨십이 노련하다”

열린공감TV 측이 제보를 받아 공개한 2019년 3월26일 박 전 시장의 생일 당시 사무실 행사 모습. [열린공감TV 유튜브 캡처]

열린공감TV 측이 제보를 받아 공개한 2019년 3월26일 박 전 시장의 생일 당시 사무실 행사 모습. [열린공감TV 유튜브 캡처]

 열린공감TV는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의 저서를 토대로 한 진보의 큰 바다를 항해하는 유튜브 플랫폼 채널”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제작진은 지난 14일에는 해당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공개했다가 나흘 후 “일부 사람들이 '합성' 또는 '가짜 사진'일 것이라 의심하는 데 따라 동영상을 공개한다”며 지난해 3월 26일에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영상을 올렸다. 이들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명예 회복을 위해 진실에 접근하는 영상이다. 많은 분께 공유 부탁드린다”고 댓글을 달았다.

 현재 해당 유튜브 영상에는 30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스킨십이 노련하다. 꼬리 아홉개 달린 여자로 보인다. 순진한 박 시장이 당한 것이다”라고 썼다. “여자가 박 시장을 성추행하고 있다. 여자가 들이댄다”라는 댓글도 있었다. “꽃뱀이냐. 4년이나 성추행당하면 건드리기도 싫고 다가서지도 않는 게 정상적인 것 아니냐”는 내용도 달렸다. 열린공감TV 측은 그러나 지난 14일 ‘4월 사건’을 설명하며 영상에 넣은 한 남녀의 CCTV 영상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화면”이라고 해명했다.

"CCTV는 자료화면"…전문가, "피해자 협박"

열린공감TV 측은 지난 14일 공개한 CCTV 화면이 4월 사건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화면일 뿐 실제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열린공감TV 유튜브 캡처]

열린공감TV 측은 지난 14일 공개한 CCTV 화면이 4월 사건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화면일 뿐 실제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열린공감TV 유튜브 캡처]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결국은 피해자의 행실을 들춰내 순수하고 완벽하게 피해자의 모습에 맞지 않으면 사건을 피해자 탓으로 몰기 위한 것”이라며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너의 사진과 영상을 갖고 있다’라는 신상공개 협박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리 말하면 ‘언제든지 우리가 가진 네트워크를 통해 진짜 사진을 유출해 여론재판을 할 수 있다’는 힘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큰 심리적 압박이자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열린공감TV 측 의견에 반대하는 쪽에선 “박 전 시장이 억울했다면 죽지 않고 법적 다툼을 해야 했다”라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열린공감TV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박 전 시장은) 티끌만한 오해에도 밤새 펑펑 울었던 그런 사람”이라며 “자신과 평생 함께한 시민단체와 총애했던 비서로부터 받은 상처는 무기력감을 넘어 자괴감, 삶 자체에 대한 회의와 번뇌가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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