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의 인권을 존중하는 다양한 분만

중앙일보

입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 여러시간의 진통을 겪고 한 산모가 이제 곧 아기를 분만하려는 모양이다.

분만실의 불의 밝기가 줄어 조명이 어두워진다. 의사와 간호사 즉 의료진들은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되버린 것 같이 입을 다문다. 막 태어난 아가를 탯줄을 자르기 전에 산모의 배위로 엎어 놓는다.

산모와 아가가 이렇게 첫대면을 하고 옆에서 있던 남편까지 아가에게 사랑스런 이야기를 들려 준다. 아기를 낳을 때까지 같이 고생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 엄마, 아빠, 그리고 아가가 가족됨을 한 껏 피부로 느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아빠에 의해 탯줄이 잘려지고 아가는 따뜻한 물의 욕조로 옮겨진다. 물속에서 만족한 표정으로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는 아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이 참산부인과 분만실의 전경입니다. 지금까지의 분만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 않습니까?

최근까지도 모든 병원이 의료진 위주의 분만환경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산모의 안전과 태아의 건강만을 고려하여 분만시설이 갖추어져 왔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산모는 진통을 겪으면서도 행동의 제한을 갖게 되고 억압당하는 듯이 산고를 겪어 왔습니다.

다행이도 요사이 좀더 자연스러운 분만자세를 취하고 산모가 자유스럽고 좀 더 편안하게 분만하도록 하기 위해 그네분만, 수중분만 등 특수한 분만방법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분만실 내에서도 행동을 자유스럽게 하도록, 또한 보호자와 같이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발전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태아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태아를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이 없다고 잘못 생각해 온 것입니다.

그러나, 태아에게도 임신 5개월이 지나면 시각, 청각, 촉각 등을 느낄 수 있기에 태교를 해 왔던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다시금 의미있게 와닿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감각을 느끼는 태아가 분만 당시 아무것도 못 느끼리라 생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인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근거로 르봐이에 박사가 고안하고 주장한 것이 ‘폭력없는 출산’입니다. 분만하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태아의 시각에서 다시금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어둡고 좁은 자궁속에서 규칙적인 엄마의 심장소리, 가끔 장운동소리를 듣다가 갑작스런 출산으로 태아의 주위 환경이 급작스레 변하고 이에 태아는 상상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태아의 입장에서 가능한 한 스트레스를 줄여 주자는 분만이 르봐이에 분만 즉, 인권분만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태아를 위해 신경을 써 줄 때, 태아도 그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엄청난 분만실의 조명은 아기에게는 형언할 수 없는 눈부심으로 다가오고 엄마의 장소리, 심장소리 외의 분만실에서의 큰 소리는 역시 태아에게 엄청난 소음공해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갓 태어난 아기는 꼭 큰소리를 내어야 건강하다고 잘못 인식되어 왔습니다. 분만 한 아기가 울지 않으면 아기가 잘못된 것으로 여겨 울리기 위해 아기의 등을, 엉덩이를 때려왔습니다. 태어난 아기는 울어야 하지만 그렇게 울부짖는 울음은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각을 바꿔 태아를 위해 태아의 인권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인권분만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현재 그렇게 당연한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서둘러 교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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