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하나마나…주사·항생제 남용 여전

중앙일보

입력

의약분업을 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항생제나 주사제 오.남용이 심하고 낱알 판매가 성행하는 등 의약분업 취지를 거스르는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연대는 지난 7월 말부터 열흘간 서울시내 동네 의원(내과.가정의학과.일반의)1백49곳과 약국 1백곳을 대상으로 주부 모니터 요원 20명이 조사한 의약분업 이행실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 동네 의원=모니터 요원들이 가벼운 감기환자로 가장해 진료받았더니 조사대상 의원 중 97곳(65%)에서 항생제를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두가지 항생제를 처방하기도 했다. 1999년 서울YMCA의 조사결과(54.7%)보다 되레 높아진 것이다.

또 이번 조사대상 의원의 51%가 주사를 맞을 것을 권유했고, 92% 가량이 불필요한 소화제를 함께 처방했다. 진해거담제와 항히스타민제를 세 종류씩 처방한 의원들도 있었다.

주사제 처방률은 99년(81.3%)보다 많이 줄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의사의 나이가 젊을수록 주사제를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불필요한 처방전 발행을 억제하고자 진찰료.처방료를 통합했으나 1백48곳의 의원들이 가벼운 감기환자들에게도 처방전을 발행해 효과가 거의 없었다.

◇ 약국=모니터 요원들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약국에서 감기증세를 호소했더니 올 1월 일반의약품의 낱알(개봉)판매가 금지됐는데도 약국의 18%가 약 포장을 뜯어 팔았다. 약국당 평균 1.7개를 팔아 일반약을 혼합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합판매는 법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의약 분쟁 때 의료계에서 사실상의 약사 임의조제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또 3%의 약국이 의사 처방전이 없는 데도 의약분업 전처럼 전문약 몇가지를 사용해 감기약을 조제했고, 5%는 전문약인 항생제를 판매했다.

건강연대 강창구 정책실장은 "의약분업만으로 항생제.주사제 오.남용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서유럽처럼 표준처방전을 만들거나 진료비를 가감지급하는 방법으로 과잉처방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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