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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땐 "이해충돌" 秋는 "아니다"···1년만에 바뀐 권익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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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국 전 장관은 현직 장관일 때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는 같은 처지에 놓였다. 검찰이 주무 장관 가족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전현희, 문 캠프 출신 총선 낙선자 #“추미애, 직무관련성 없다” 판단에 #권익위 정치적 중립성 의심 받아

공직자의 이해 충돌을 감시하라고 만든 조직이 국민권익위원회이다. 그런데 권익위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조 전 장관 수사를 두고서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해석했고, 추 장관은 “없다”고 했다.

학자 출신의 박은정 위원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의 전현희 위원장으로 바뀐 게 다른 해석을 낳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년만에 바뀐 권익위 판단 

권익위는 14일 주무장관인 추미애 장관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 대해 “구체적 직무 관련성이 없다”(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답변자료)고 판단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선 “직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답변자료)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차이점이라면 추 장관은 아들 서모(27)씨가, 조 전 장관은 부인 정경심(58) 동양대 교수가 수사 대상자라는 정도다.

권익위는 지난 7일 법무부·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검찰청법 8조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여부 ▶법무부 장관 아들 사건을 법무부(장관)에 보고했는지를 문의했다.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지휘권 행사 없다고 직무관련성 불인정  

검찰청 대검 형사1과는 사흘 뒤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한 적 없고, 확인 결과 법무부에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했다. 공문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인이 찍혔다. 법무부는 답변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이를 근거로 추 장관과 아들이 사적 이해관계가 있지만 직무 관련성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수사 관여 안한다"고 말한 조국 때는  

그러면 조 전 장관이 수사 지휘를 했거나 보고를 받아서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해석을 했단 말인가. 하지만 박은정 전 권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조 장관은 여러 차례 가족 수사와 관련해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대로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사 지휘나 보고가 없었는데도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봤다는 뜻이다. 두 장관의 상황이 다르지 않은데도 권익위가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성일종 의원은 “권익위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 자체가 억지 논리”라고 지적한다. 추 장관이 아들을 수사 중인 검찰의 인사·지휘권을 가진 게 사실이기 때문에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본다.

게다가 추 장관은 지난 5월 아들 사건을 수사 중인 동부지검 관계자들을 만찬에 초청했다. 또 고기영 전 동부지검장을 법무부 차관으로 승진시켰다. 이런데도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뉴스1

'정권 권익위'라는 야권의 비난 

야권에서 ‘정권 권익위’라고 맹비난을 퍼붓는 이유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대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추 장관과 조 전 장관이 다를 바가 뭐냐”고 물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전 위원장이 권익위를 ‘정권의 충견’으로 몰락시켰다”며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검사출신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긴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연히 지휘권이 있는 법무부 장관과 이해충돌이 발생한다. 권익위가 스스로 존재이유를 무너뜨린 악수를 뒀다”며 “장관은 수사 결과를 인사에 반영할수 있기 때문에 검사 입장에서는 제대로 수사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번 결론(박은정 위원장의 해석)이 상식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정치인 전현희 잊어달라" 했지만 

전 위원장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직능특보단장을 맡았다. 지난 4·15 총선 낙선 뒤 권익위원장에 발탁됐다. 일각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 위원장은 취임 직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 전현희는 잊어달라”며 “권익위 업무가 정치권과 충돌 지점이 있을 수 있다. 직원들에게 소신대로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한지 두 달이 채 지나기 전에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더는 공직사회 ‘감시견’이라는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런지 모른다.

김민욱 복지행정팀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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