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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코로나19로 전 세계 보건 수준 25년 전으로 돌아가”

중앙일보

입력

빌 게이츠가 주도하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 세계 보건 상황이 25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빌 게이츠가 주도하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 세계 보건 상황이 25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 세계 보건 수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5주 만에 25년 전으로 역행했습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하 게이츠재단)이 코로나19로 전 세계 보건 상황이 199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번 달 초 발간된 보고서는 코로나19가 특히 여성과 소수인종, 소수민족 공동체와 극빈층에 더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과 소수인종, 극빈층에 더 파괴적 #“공평한 백신 접종 코로나19 종식에 중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감소세를 보이던 전 세계 극빈층의 비율은 코로나19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7%로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3700만명의 사람이 하루에 1.9달러(한화 약 2200원) 이하로 사는 생활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경제적 고통은 한층 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WHO의 권장 백신을 접종받는 아이들의 숫자도 급감했다.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 어린이의 84%가 접종받았지만, 올해는 70%로 줄었다. 보고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저소득 국가가 어떻게 다시 정상 수준을 따라잡고, 다시 진전을 이루기 시작하느냐”라면서 “일시적 상황이 영구적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백신의 공평한 분배를 강조했다. 처음 개발된 백신 20억 회분이 모두 부유한 나라에만 할당될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백신이 골고루 분배됐을 때보다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국가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국가들을 외면하면 팬데믹 상황은 장기화하고 전 세계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일 런던의 한 클리닉에서 자원봉사자에게 시험용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런던의 한 클리닉에서 자원봉사자에게 시험용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보고서 발간 후 언론 브리핑에서 빌 게이츠는 “이는 엄청난 후퇴”라면서도 “당장의 상황은 절망적이지만, 세계가 팬데믹에서 벗어나 세계 보건 발전을 위해 다시 진보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이를 극복하고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덧붙였다.

빌 게이츠는 보고서에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류애를 보았다: 획기적 혁신,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영웅적 행위,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족과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하는 최선의 노력 등을”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공유하는 위기이며, 전 세계가 함께 응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독일·노르웨이·일본 등 76개국은 코로나19 백신을 공유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에 동참해 20억 회분 이상의 백신을 선주문한 상태다. 코백스에 동참한 국가들은 자국 예산으로 백신 구매를 지원해 중하위 경제국으로 선정된 92개국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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