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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엔비디아에 'ARM' 47조 매각…반도체 '메가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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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 소프트뱅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미국의 그래픽칩 제조사 엔비디아에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홀딩스를 400억 달러(약 47조400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14일 니혼게이자이 신문, AFP통신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는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성명에서 “우리는 엔비디아에 ARM 지분 전량을 최대 400억 달러에 팔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성명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에 215억달러 규모 보통주와 현금 120억달러를 넘긴다. 소프트뱅크는 ARM의 실적에 따라 최대 50억달러의 현금이나 주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 거래는 영국,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다양한 관할권의 규제당국 승인을 받아야 최종 마무리된다. 승인이 나면 올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수합병(M&A) 거래가 된다. 다만 영국 정부와 국내의 반대 여론이 변수다. 야당인 노동당은 “영국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22년 3월까지 거래가 완료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20억 달러(약 37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ARM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하는 영국 업체다. ARM은 애플, 삼성전자, 퀄컴 등 대기업에 자사 기술을 공급해왔다.

엔비디아는 이번 계약을 통해 대형 반도체 설계ㆍ제조업체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는 “인텔과 AMD 등 데이터센터 칩 강자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반도체 지형을 바꿀 만한 일”로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4월 데이터센터 사업 강화를 위해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 멜라녹스를 69억 달러(약 8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한편 손정의 회장은 지난 8월 “현금을 수중에 준비하는 것으로 수비를 굳힐 수 있다”며 ARM 매각도 선택지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비전펀드를 통해 진행했던 투자가 연이어 실패하며 자금난을 겪게 되자 구조조정의 압박 속에 결국 ARM의 매각에 나선 것이다. 현재 ARM의 지분 75%는 소프트뱅크가, 25%는 비전펀드가 갖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최대 4조5000억엔(약 50조원)어치의 보유 자산을 현금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최근 미국 이동통신업체 T모바일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 주식 등을 매각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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