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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저병 백신 5년 후에나 가능

중앙일보

입력

국내에서 생화학 테러가 발생할 경우 민간인들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화생방전에 대비한 방독면이 일부 보급되어 있을 뿐이다.

생물테러용 병원체로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탄저균.천연두 테러 정보를 사전 입수하더라도 백신이 없어 예방.차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에서 탄저병 백신을 개발 중인 곳은 국립보건원과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 그러나 백신이 생산.보급되려면 앞으로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원 오희복 병원체 방어연구실장은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탄저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정부지원이 부족하고 개발이익이 보장되지 않아 제약회사들의 참여도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말했다.

천연두(치사율 20~50%)가 생물테러에 이용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탄저병은 살포된 세균에 노출된 사람만 감염되지만 천연두는 사람과 사람간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4천만명분의 천연두 백신을 확보하고 있으나 우리는 백신 생산에 필요한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보건원이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이 바이러스로 백신을 제조하려면 서둘러도 6개월 이상 소요된다.

지난해 생물테러 방지를 위한 정부 연구사업에 참여한 한양대 의대 최보율 교수(예방의학)는 "국내에서는 천연두 백신 접종이 1980년 중단됐기 때문에 그 이후에 태어나 면역이 없는 사람에게 순식간에 퍼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식품에 넣어 퍼뜨릴 수 있는 보툴리늄 독소(치사율 5~10%) 테러가 발생해도 대응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독소에 대항하는 항(抗)독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또 '의문의 열병' Q열 병원체의 경우 현재 기술로는 감염되었는지 진단조차 힘든 실정이다.

정부는 1998년 화생방전에 대비해 '방독면 보급 10개년 계획'을 수립,2007년까지 농어촌 주민을 제외한 2천여만명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방독면 3백여만개를 접적지역 등 취약지역 주민에게 우선 지급했다.

또 정부는 화생방전은 물론 재난시에도 사용이 가능한 3만원대의 다용도 국민 방독면을 개발,이달부터 서울시 등 5대 시도에 15만여개를 보급 중이다.

이 방독면 성능은 군용 방독면의 3분의1 수준이며,일산화탄소(CO) 등 유독가스 방호 기능을 갖고 있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12일 생화학 테러에 대비해 수도권.원전.화학공단 등 53개 시.군.구에 화생방 기동분대를 편성했다.지하철.백화점 등 다중 이용시설은 독가스 등의 테러 대비 태세를 강화토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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