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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이번엔 '기본 대출권'…"서민도 저리장기대출 혜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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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만 이용하는 저리장기대출 기회를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자. 그러려면 미회수 위험(신용리스크)이 없어야 하므로 그 리스크는 정부가 인수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 기본주택에 이어 ‘기본대출권’을 들고 나왔다. 이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기본대출권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서민대출 이용자 다수는 힘들어도 잘 갚는다. 부득이 못갚는 소수의 신용위험을 동일집단(서민대출 이용자들)에게 고금리로 부담시키지 말고, 복지지출에 갈음하여 정부가 (위험을) 인수해 모두에게 장기저금리대출 혜택을 주자.”

그는 하루 전 페이스북에서 기본대출권 제도 도입을 처음 주장하면서 “이자율 10% 제한, 불법사채무효화에 더해 장기저리대출보장제도(기본대출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흔히 ‘부익부 빈익빈’이란 말로 묘사되는 금융시장의 빈부 격차 구조를 파고들었다.

“한국은행이 화폐를 현재 연 0.5%로 시중은행에 공급하면 대기업이나 고소득자 고자산가들은 연 1~2%대에 돈을 빌려 발권이익을 누리지만, 담보할 자산도 소득도 적은 서민들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최대 24% 초고금리로 돈을 빌려야 한다.”

지난해 9월 서울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서울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쉽게 말해 서민들의 빈약한 신용도를 국가가 뒷받침해서 고소득자와 같은 저금리를 누리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이 지사는 “수입이 적고, 담보가 없다 하여 초고금리를 내는 것이 당연한 건 아니다”라며 “족징, 인징, 황구첨정, 백골징포” 등 조선 시대 군포 징수 관련 부정부패를 일컫던 말을 나열했다. 그는 “기막히게도 국가의 서민대출금리도 17.9%다. 복지국가라면 서민의 금융위험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국가마저 고금리로 미상환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서민대출 관련 파격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그는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10%로 낮추자”고 제안했는데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제안이 논란이 됐다.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리를 인하하려는 노력을 정부 당국이 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게 급격하게 (금리를) 낮추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고 난색을 표했다. 은 위원장은 “이성적으로 따지면 대부업법 최고 금리가 70%에 현재는 24%로 내려왔다. 그 과정은 지난하고 힘든 과정이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기본대출권에 대해 금융권에선 대출 소비자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수가 힘들어도 잘 갚는다”는 이 지사 전제는 흔들리기 십상이다. 서민대출 금리가 높은건 그만큼 연체율이 높기 때문이다. 국가가 서민의 신용리스크를 떠안고 저리장기대출을 제도로 보장할 경우, 이자 또는 원금 미상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이는 곧 국가 재정 부담으로 연결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9일 경기도청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등 극단적 위기상황에 빠진 골목경제를 살기기 위해 추석 경기 살리기 한정판 지역화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9일 경기도청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등 극단적 위기상황에 빠진 골목경제를 살기기 위해 추석 경기 살리기 한정판 지역화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뉴스1]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리가 8%포인트 떨어지면 대략 65만명이 불법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게 된다. 금리를 떨어뜨리면 약자를 위한다는 단순 논리는 매우 위험하다”고도 했다.

이 지사는 13일 일부 언론이 “서민이 이자 못 내면 대신 내주자”는 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잘못 보도했다며 “서민금융 이자를 대신 내 주자는 게 아니다. 신용리스크는 가장 높은 대부업체의 경우에도 7~8%에 불과하니 이를 정부가 인수한다 해도 이들이 복지대상자로 전락한 후 부담할 복지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이 지사가 기본대출권으로 추석 민심몰이에 나섰다”(전직 민주당 의원)는 말이 나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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